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7.5.25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제외한 대통령 가족의 식사비용 등에 대한 예산 집행을 일체 중단하고, 식비를 월급에서 공제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식 전세살이다. 용처의 불투명성이 단골로 지적돼 온 대통령 특수활동비는 53억원 아껴 청년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쓰기로 했다.
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5일 오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 같이 밝히고 "문 대통령의 지시로 공식 행사가 아닌 가족들의 세끼 식사와 간식 비용을 추정한 후 한 달 치 비용을 대통령 급여에서 공제하고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 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업무에, 특경비는 수사나 감사 등 특정 업무에 쓰는 경비다. 이 비서관은 "특활비와 특경비를 최대한 아끼고 절감된 재원은 정부가 청년일자리 창출과 소회계층 지원 등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특활비와 특경비 127억원(5월 현재) 중 42%에 해당하는 53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예산집행지침 대로 투명하게 집행하고, 이와 별도로 비서실의 자체 집행 계획을 세워 내부 통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아예 편성 단계에서 올해 대비 50억원(30%) 줄이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가족들의 식비 부담과 특활비·특경비 축소를 지시한 것은 "빈 손으로 취임해 빈 손으로 퇴임하겠다"는 본인의 취임사 취지를 구현한 거다. 이 비서관은 "전세 산다 생각하고 필요한건 다 사서 쓰셔야 한다고 했더니 (대통령이) 흔쾌히 그러겠다 하시더라"고 말했다. 공적 예산을 사적 영역에 쓸 여지 자체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의 조치는 여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은 물론 300명의 국회의원들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매 정부 지적돼 왔던 특활비의 깜깜이 지출 관행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활비는 기본적으로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사용하는 경비다. 기밀이 전제이니 어디다 쓰는지 꼬리표가 안 붙는다. 이런 성격대로 국가정보원(4860억원. 이하 지난해 기준), 국방부(1783억원), 경찰청(1298억원) 순으로 많이 배정돼 있다. 사용 내역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여당 원내대표 시절 특활비 일부를 생활비로 썼다고 고백해 파문을 몰고 온게 불과 2년 전이다. 신계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특활비 자녀 유학비 사용 고백도 있었다. 이런 관행에도 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국회엔 지난해 79억원의 특활비가 배정됐다.
특활비를 아껴 마련한 재원을 일자리 창출에 쓰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전체 일자리 예산에 비하면 크다고 하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정책 우선순위를 재차 강조하는 효과가 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확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활비 예산을 돌리면서 강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우경희, 김민우 기자 cheeru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