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도축` |
2011년 5월 중국 베이징에서 날아온 경매 소식에 세계가 깜짝 놀랐다. 전통 수묵 산수화와 글씨가 어우러진 그림 한 폭이 무려 718억원에 팔린 것이다. '송백고립도'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그 해 세계 최고 경매 낙찰가였다. 중국이 경제대국에 이어 문화대국의 위상을 만방에 떨친 순간이었다. 한때 시골뜨기에서 말년 중국의 국보급 거장으로 추앙받은 치바이스 (齊白石·1864~1957)의 작품이었다.
중국의 자존심인 그가 한국에 온다. 사드 배치로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을 걷는 이때 그의 작품이 양국 관계 해빙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예술의전당 고학찬 사장은 25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중 수교 2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며 양국 관계를 촉진하고 공공외교의 장을 만든 점에서 치바이스 한국전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주한 중국문화원과 예술의전당, 중국호남성문화청, 주한중국대사관, 제백석기념관이 가세해 여는 '치바이스-목공에서 거장까지' 전시 개막일은 오는 7월 31일이다. 2개월 앞당겨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에 대해 고 사장은 "치바이스를 시작으로 새로운 차원의 한중 양국간 문화 교류가 열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한중 문화교류에 다시 물꼬가 트이는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는 얘기다. 앞서 한한령(한류 콘텐츠 제한령) 여파로 상하이 유즈미술관 단색화 전시를 비롯해 여러 전시가 중국 측의 불허로 무산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스루이린 주한 중국문화원장은 "치바이스 전시를 통해 한중 수교 우호 확장에 큰 기여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시를 위해 치바이스 고향인 후난성에서 원화와 서예 전각 50점과 치바이스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품 83점 등 130여 점이 온다. 총 보험가액이 1500억원에 이른다. 전시작 중 최고가는 5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치바이스는 후난성 상탄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 몸이 약해 농사도 지을 수 없었던 그는 생계수단으로 목공을 익혔다. 독학으로 시서화를 익혔고 말년으로 갈수록 숱한 작품을 남기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치바이스 |
치바이스가 추앙받는 이유에 대해 이동국 예술의전당 큐레이터는 "중국 전통 수묵화를 견지하면서도 현대적인 조형 언어로 화면을 구축했다. 특히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비범한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평했다.
중국의 한한령 완화 조짐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상하이 미술벨트인 모간산루에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아라리오갤러리는 7월 초 중국 측 제안으로 사립미술관이 밀집한 웨스트번드 지역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치바이스 전시는 7월 31일부터 10월 8일까지.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