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새로 시작한 '퇴직 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의 퇴직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우수 인적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퇴직 공무원에게 청탁금지법 교육이나 신규 공무원 공직 적응 코칭 등 업무를 맡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 이 시점에 공무원연금까지 받는 퇴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이 사업은 대체 왜 하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최근의 고령화 추세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까지 여성 한 명이 평균 6명을 낳던 우리나라 출산율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 1.2명 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한편 1960년 52세였던 평균수명은 2016년 82세를 넘어섬으로써 그사이 평균수명이 30년이나 늘어났다. 문제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미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통계청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 우리나라에 몰아닥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 이후 엄청나게 많은 대책이 나왔고, 특히 출산 장려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출산장려책이 효과를 거둬 출산율이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2.1명)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신생아가 자라서 사회에 기여하려면 3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사이 부족한 일손은 어떻게 메울 것인가? 외국인 근로자 활용을 제외하고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낮은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또 한 가지는 정년퇴직한 인력을 재활용하는 방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인사혁신처가 마련한 '퇴직 공무원 사회공헌사업'은 잘만 성공한다면 '저출산 고령화' 대책과 관련해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 사업에 선정된 208명의 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 지난 4월 24일 개최됐다. 그 워크숍에 특강 요청을 받은 필자는 공직을 마친 후 10년 동안 민간에서 얻은 경험을 이 사업 참가자들과 함께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선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성공이란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게도 '온 손님 또 오면' 성공하듯이 개인도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면 성공한 삶이 아니겠는가? 돈이나 벼슬 싫다는 사람 없겠지만 주변 사람이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다면 성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적자생존'이다. 진화론자인 다윈이 말한 적자생존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다. 어떤 이는 우스갯소리로 잘 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는 적자생존은 '적자(손해) 보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인간은 어쩌다 연락해서 어려운 부탁만 하는 사람보다 궂은일도 마다 않고 조금 밑지는 삶을 사는 사람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현역 때도 그렇지만 특히 퇴직 후 인간관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언뜻 손해인 듯 보이지만 길게 보면 그게 바로 성공의 비결이라는 생각을 공유한 것이다.
다음으로 '충고하기 전에 먼저 듣는 사람'이 되자고 제안했다. 나이가 들면 자기가 깨우친 것을 후배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런 사람을 또 만나고 싶어 하는 경우란 많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모처럼 시작된 이 사업이 성공을 거두어 민간부문에서도 퇴직자의 재활용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선시대 이양연(1771~1853)의 '야설'이라는 한시를 함께 음미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걷는 이 발자국은 훗날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종남 새만금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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