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강릉 헌화로
경기 가평군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5번 국도
꽃이 울긋불긋 들녘을 수놓고 산과 골짜기가 연초록으로 물드는 5월.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드라이브 여행은 어떨까. 신록이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는 '계절의 여왕' 5월에 딱 맞는 드라이브 여행 코스 2곳을 소개한다.
■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강릉 헌화로
차창 밖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 위로 화사한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창을 내리면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경쾌한 파도소리가 밀려든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강릉 헌화로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헌화로 풍경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에서 항공촬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까지 이어진다. 1998년 개통한 금진해변-심곡항 구간은 해안도로이고, 2001년에 연장된 심곡항-정동진 구간은 내륙도로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 붙여졌다.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향해 달리면 왼쪽에 설화 속 철쭉꽃이 피었음직한 절벽이 있고 오른쪽에 바다가 펼쳐진다. 도로변 난간 높이가 70㎝에 불과해 차 안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헌화로가 시작되는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한여름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생겼다. 동해고속도로 옥계IC로 나와 5분 만에 만나는 해변이고 도로 주변에 주차공간이 넉넉한 데다 전망대도 있어 차를 세우고 쉬어가기 좋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소박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거나 백사장에 앉아 서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심곡은 6·25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도 몰랐을 만큼 오지였다. 헌화로가 개통되면서 관광명소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국내 최장거리 해안단구 탐방로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열리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아쉽게도 5월 현재 정비작업으로 폐쇄 중이며 공사가 끝나는 6월에 다시 개방한다.
심곡에서 정동진 구간은 내륙도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정동진이다. 20여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가는 무박2일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알려진 정동진역은 지금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정동진에서 북상하며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일정을 짜면 강릉 바다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야외 조각공원, 전시관, 카페, 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고즈넉한 카페, 싱그러운 소나무 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 전망대, 미술작품으로 가득한 호텔 등 모든 공간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75번 국도는 경기 가평군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가평의 가장 남쪽인 설악면에서 청평면, 가평읍, 북면을 거쳐 강원 화천군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눈에 띄며, 북한강과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가평읍을 지나면서 가평천이 내내 함께한다. 칼봉산과 연인산, 명지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가평천이 되고, 자라섬 앞에서 북한강과 섞인다. 75번 국도는 내내 물길과 함께하다가 도마치재를 훌쩍 넘어 화천군 사내면에서 끝난다.
■ 경기 가평군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5번 국도
75번 국도는 산과 물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서울 쪽에서 출발해 신청평대교 입구를 지나 고성리.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75번 국도가 시작된다. 곧장 청평댐이 나오고 드넓은 청평호가 펼쳐진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갓길이나 차를 대고 쉴 공간이 없어 아쉽다. 대신 수상 레저 시설이나 카페, 펜션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어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한국 안에 작은 프랑스 마을'을 내세운 쁘띠프랑스는 75번 국도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여행자도 자주 마주친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매력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시크릿 가든'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성문 느낌을 살린 정문을 통과하면 비탈진 지형에 들어선 아담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을 얹은 알록달록한 건물과 봄꽃이 어우러져 보기 좋다. 자그마한 광장엔 어린왕자 조형물이 반기고, 벼룩시장 앞에서는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미로처럼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분수광장이 나오고,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예쁜 카페나 공방, 전시관을 발견한다. 오르골에 대해 설명하고 시연하는 메종 드 오르골, 철새에 끈을 묶어 지구를 떠나는 어린 왕자 조형물이 있는 야외카페, 생텍쥐페리 기념관, 마리오네트 전시관, 유럽 동화 인형극이 공연되는 '떼아뜨르 별' 극장,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 놓치기 아쉬운 곳이 많다.
지난해 개관한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미술관을 따분하고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작품을 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잔잔한 은하수 같던 화면이 관객의 소리에 출렁거리고 방향을 바꿔 흐르는가 하면, 큐브를 움직이면 그림자 마을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작품마다 다른 기술과 이야기가 담겼다. 미술관 마당 조각공원에는 아이들이 앉고, 올라타고, 놀이하기 좋은 작품이 여럿이다. 오감으로 체험하다 보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쑥쑥 자라는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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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 강릉 헌화로
차창 밖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 위로 화사한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창을 내리면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경쾌한 파도소리가 밀려든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강릉 헌화로는 동해안 최고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와 해안이 맞닿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에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숨막히게 아름다운 헌화로 풍경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에서 항공촬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에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까지 이어진다. 1998년 개통한 금진해변-심곡항 구간은 해안도로이고, 2001년에 연장된 심곡항-정동진 구간은 내륙도로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 붙여졌다. 금진해변에서 심곡항을 향해 달리면 왼쪽에 설화 속 철쭉꽃이 피었음직한 절벽이 있고 오른쪽에 바다가 펼쳐진다. 도로변 난간 높이가 70㎝에 불과해 차 안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헌화로가 시작되는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한여름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생겼다. 동해고속도로 옥계IC로 나와 5분 만에 만나는 해변이고 도로 주변에 주차공간이 넉넉한 데다 전망대도 있어 차를 세우고 쉬어가기 좋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소박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즐기거나 백사장에 앉아 서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금진해변에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2㎞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심곡은 6·25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도 몰랐을 만큼 오지였다. 헌화로가 개통되면서 관광명소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국내 최장거리 해안단구 탐방로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열리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아쉽게도 5월 현재 정비작업으로 폐쇄 중이며 공사가 끝나는 6월에 다시 개방한다.
심곡에서 정동진 구간은 내륙도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정동진이다. 20여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가는 무박2일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알려진 정동진역은 지금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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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서 북상하며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일정을 짜면 강릉 바다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야외 조각공원, 전시관, 카페, 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고즈넉한 카페, 싱그러운 소나무 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 전망대, 미술작품으로 가득한 호텔 등 모든 공간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안목해변에 있는 강릉커피거리는 1980년대 커피자판기로 시작해 지금은 개성 있는 카페와 글로벌 커피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명소가 됐다. 안목에서 30여분 달리면 주문진이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급부상한 영진해변의 주문진 방사제와 주문진수산시장을 지나칠 수 없다. 주문진방사제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재현하려는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이다.
75번 국도는 경기 가평군을 남북으로 가로지른다. 가평의 가장 남쪽인 설악면에서 청평면, 가평읍, 북면을 거쳐 강원 화천군 사내면까지 이어진 도로다. 물길을 끼고 가는 길이 눈에 띄며, 북한강과 시합하듯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다. 가평읍을 지나면서 가평천이 내내 함께한다. 칼봉산과 연인산, 명지산에서 흘러내린 계곡물이 가평천이 되고, 자라섬 앞에서 북한강과 섞인다. 75번 국도는 내내 물길과 함께하다가 도마치재를 훌쩍 넘어 화천군 사내면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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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번 국도는 산과 물이 그려낸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고, 다양한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서울 쪽에서 출발해 신청평대교 입구를 지나 고성리.호명리 방면으로 우회전하면 75번 국도가 시작된다. 곧장 청평댐이 나오고 드넓은 청평호가 펼쳐진다.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구불구불한 도로가 이어지는데, 갓길이나 차를 대고 쉴 공간이 없어 아쉽다. 대신 수상 레저 시설이나 카페, 펜션 주차장이 잘 마련돼 있어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수상 스포츠의 메카임을 증명하듯 수상 레저 시설이 연이어 나온다. 모터보트, 수상스키, 바나나보트, 플라이피시, 땅콩보트, 제트스키 등 종목도 다양하다. 초보자를 위한 강습이 있어 당일 체험이 가능하고, 취미 삼아 배우는 이도 많다. 수상 스포츠는 지나다가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현장에서 바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미리 알아보고 예약하는게 좀 더 저렴하다. 번지점프를 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 짙푸른 청평호를 내려다보며 점프대에 서면 호기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리가 덜덜 떨린다. 마음을 다잡고 "3, 2, 1, 번지!" 구호가 들리면 허공으로 몸을 날린다. 발을 떼기 두려웠을 뿐, 막상 뛰어내리면 심장이 터질 듯 흥분되고 짜릿하다.
'한국 안에 작은 프랑스 마을'을 내세운 쁘띠프랑스는 75번 국도에서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이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여행자도 자주 마주친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 아기자기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매력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시크릿 가든'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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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 느낌을 살린 정문을 통과하면 비탈진 지형에 들어선 아담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붉은 지붕을 얹은 알록달록한 건물과 봄꽃이 어우러져 보기 좋다. 자그마한 광장엔 어린왕자 조형물이 반기고, 벼룩시장 앞에서는 거리의 악사가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미로처럼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분수광장이 나오고, 골목을 따라가다 보면 예쁜 카페나 공방, 전시관을 발견한다. 오르골에 대해 설명하고 시연하는 메종 드 오르골, 철새에 끈을 묶어 지구를 떠나는 어린 왕자 조형물이 있는 야외카페, 생텍쥐페리 기념관, 마리오네트 전시관, 유럽 동화 인형극이 공연되는 '떼아뜨르 별' 극장,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등 놓치기 아쉬운 곳이 많다.
지난해 개관한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미술관을 따분하고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해도 자신의 행동에 따라 반응하는 작품을 보는 재미에 빠져들게 된다. 잔잔한 은하수 같던 화면이 관객의 소리에 출렁거리고 방향을 바꿔 흐르는가 하면, 큐브를 움직이면 그림자 마을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등 작품마다 다른 기술과 이야기가 담겼다. 미술관 마당 조각공원에는 아이들이 앉고, 올라타고, 놀이하기 좋은 작품이 여럿이다. 오감으로 체험하다 보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쑥쑥 자라는 인터렉티브아트뮤지엄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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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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