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ㆍ6호기는 논의 필요, 월성 1호기 운명은 내달 판가름”
한수원 “정부 방침 결정 때까지”
신설계획 6기 중 2기 진행 중지
공정 진행 중인 신고리 5ㆍ6호기와
월성 1호기 폐쇄 여부도 기로에
경북 울진군 북면 일대에 2022~2023년 준공 예정이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3ㆍ4호기의 설계 작업이 잠정 중단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기존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현실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설계 용역사인 한국전력기술에게 신한울 3ㆍ4호기에 대한 시공 관련 설계 업무 진행을 일시 중지하도록 조치했다고 25일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 공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공기업으로서 향후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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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ㆍ4호기는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건설될 예정이었다. 당시 계획에선 신한울 3ㆍ4호기와 천지 1ㆍ2호기(경북 영덕군 영덕읍)를 포함해 총 6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확정했다. 그러나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계획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새 정부가 들어서자 한수원이 6기 가운데 일정이 가장 앞선 신한울 3ㆍ4호기부터 진행을 멈춘 것이다.
중단된 설계 작업은 발전소 건설의 기반이 되는 도면을 그리는 일이다. 설계도면이 있어야 시공이 가능하다. 한수원은 2015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신한울 3ㆍ4호기에 대한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지난해 1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건설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 둘 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신한울 3ㆍ4호기는 향후 원전 정책 변화에 따라 운명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과 한전기술 간 설계용역 계약금액은 총 4,672억원이다. 이 중 일부 금액이 설계작업에 이미 투입돼 한수원의 재정 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집에는 신고리 5ㆍ6호기 공사 중단과 월성 1호기 폐쇄가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신고리 5ㆍ6호기 중단에 대해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정률 27.6%로 건설이 꽤 진행됐기 때문에 갑자기 중단할 경우 법적, 재정적으로 불거질 문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의 총 사업비 8조6,000억원 중 약 1조4,000억원이 이미 집행됐다. 전영택 한수원 부사장은 “여러 업체와 계약이 이뤄졌고, 지역(울산 울주군) 특별지원금이 나갔기 때문에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4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한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신고리 5ㆍ6호기와 월성 1호기 문제는 앞으로 협의해나가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신고리 5ㆍ6호기 조감도. 공사가 약 28% 진행됐지만, 향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건설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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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맨 왼쪽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수명연장 허가로 재가동 중인 1호기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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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가 수명연장을 허가해 2015년 2월 재가동에 들어간 월성 1호기의 폐쇄 여부는 내달 5일 예정된 법원의 판단으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수명연장 취소 1심 판결을 근거로 월성 1호기 가동을 중단시켜달라는 국민소송원고단의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요구를 이날 법원이 받아들이면(인용) 월성 1호기는 곧바로 멈추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속 운전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법원이 원전 반대 여론을 감안해 인용 결정을 할 거라는 예측과 1심 판결이 안전성보다는 절차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에 인용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원안위의 고민도 깊어졌다.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리면 원안위의 위상은 크게 실추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 분야의 한 대학 교수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중단은 원안위를 전면 재편할 근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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