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외교, '위안부 합의 불가능성' 인정하는데서 시작돼야"

세종정책포럼…전문가 "장기적으로 합의 보완해야"

일각선 "합의 이미 사망선고 받아…무효 선언해야"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새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밝힌 가운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임을 인정하는 데서 신(新)정부 외교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열 연세대 교수는 25일 세종연구소가 개최한 세종정책포럼 '새 정부의 한일갈등 해결 방안' 발표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손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한 사안에 대해 시한을 정하고 타결을 시도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미흡한 밀실협상과 일방통행식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12·28 합의가 기본적으로 정치적, 외교적 타협의 결과임을 즉, 위안부 합의의 결함을 양국이 자인한다면, 재협상은 의미가 없다"며 "북핵, 사드(THAAD), 한미관계 관리 등 당면한 중요 의제 해결에 주력해야 할 상황에서 위안부 문제로 국력을 소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문 대통령의 언급에 대한 일본측의 반응은 유화적"이라면서도 "이러한 국면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예단할 수 없고 광장의 목소리가 부상하는 경우 난항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합의 검증에 신중하게 나서되 청문회에 가까운 검증론을 제어하고, 장기적으로는 오는 201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주년을 겨냥해 새 선언을 목표로 큰 틀에서 기존 합의들을 존중하며 합의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합의가 제19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모든 주요 후보자들이 재협상 혹은 파기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김 교수는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2015 합의라는 것이 있었고, 그에 따라 10억엔이 일본 정부로부터 한국 정부에 전달됐고, 한국 정부가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어 그 중 일부를 피해자 일부에게 전달했다"며 "그 과제가 단지 국내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합의의 무효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키고 10억엔의 반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해·치유재단의 경우 애당초 설립의 근거가 합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부당한 접촉으로 새로운 문제를 만들기도 했으므로 즉각 해산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이 합의와 상관없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과 역사에 걸맞는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된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국제무대에서 그 입장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 대해 Δ범죄사실 인정 Δ공식사죄 Δ배상 Δ진상규명 Δ역사교육 Δ위령 Δ범죄자 처벌의 의무를 다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도 위안부 합의의 무효를 선언하는 결의를 신속하게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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