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식대의 경우 손님접대 등 공사가 정확히 구분이 안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부부 식대와 개·고양이 사료값 등 명확히 구분가능한 것은 별도로 내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래도 (관사로 인해) 주거비는 안드니 감사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문 대통령의 지시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공석)들과 처음 진행한 회의에서 나왔기에 청와대를 뛰어넘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까지 전파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생한 '검찰 돈봉투 만찬'사건에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빅2'인사가 배석한 간부들에게 각각 지급한 70만원~100만원 격려금 출처가 검찰의 특수활동비일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의 고강도 개혁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이날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에서 53억원을 절감해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5월 기준 남아있는 관련 예산의 42%에 해당된다. 또한 청와대는 내년도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예산안에서도 올해보다 50억원 적은 111억원을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일회성이 아니라 임기 5년 동안 깨끗하고 투명한 국정운영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특수활동비 절감분을 일자리추경 재원 등과 연계해서 의미 있는 활용방안을 논의해 달라"며 "최대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청와대 수석들에게 당부했다. 특수활동비를 줄여 마련하는 부문을 일자리추경 예산에 쓰겠다는 것은 문 대통령이 제 1호 공약인 일자리창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부터 청와대에 마련된 대통령 관저에 이미 '가족식사' 장부를 비치했다. 외부 공식적인 식사외에 모든 조찬·중식·만찬을 비롯해 간식까지 구분해서 비용을 추정한 뒤 구분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쓰는 치약과 칫솔 등 생필품도 사비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같이 정리된 것을 토대로 문 대통령의 한달치 급여에서 공제하는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가족의 식비·생필품·의복비 등을 대통령 개인에게 청구하는 미국 백악관 시스템을 본딴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대통령이 개인물품비용을 월급에서 공제했다는 기록은 없다"면서 "외교·안보 분야 국정 활동이나 부서 특성상 기밀을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활동경비 소요를 추정해서 집행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절감해 '나눠먹기식'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강조했다.
.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는 대부분 현금으로 지급되는데다 사후 영수증 처리도 하지 않기에 '눈먼 예산'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는 국가안전보장, 안보 위해사범 수사 등에 쓰여 비공개가 불가피한 것도 있지만 국회의장단, 여야 지도부를 비롯해 각 부처 수장들이 수령하는 일체의 비용도 포함돼 적절성 논란이 있어왔다. 또한 이런 부분이 비리의 온상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비서실이 먼저 대표적으로 나눠먹기식 깜깜이 예산이라고 지칭받는 이런 부분들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해서 타 부처에 솔선수범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매일경제가 기획재정부와 한국납세자연맹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예산안에는 특수활동비가 총 8990억원이 편성돼 지난해보다 120억원(1.3%) 증액됐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법무부에는 검찰의 특수활동비를 포함해 287억8300만원이 편성됐다. 또 국정원(4947억원), 국방부(1814억원), 경찰청(1301억원) 등 권력기관들의 특수활동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11년간 국회, 대법원, 중앙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액은 9조462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동안 가장 많은 특수활동비를 받아간 곳은 국가정보원으로 전체 총액의 절반이 넘는 5조2589억원에 이르렀다. 국방부가 1조8326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경찰청(1조3851억원), 법무부(2948억원, 검찰 포함), 청와대(2779억원), 국회(950억원) 등 순이었다.
[강계만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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