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테러 수사정보 유출 놓고 英·美 갈등 확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자살폭탄 테러의 여파가 영국과 미국의 안보협력에 불협화음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테러에 쓰인 폭탄 사진 등 극히 민감한 수사 정보가 미국 언론에 줄줄 새나가자 영국 정보·수사당국은 "과연 미국을 믿고 기밀을 공유할 수 있느냐"는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관리들은 24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NYT)가 맨체스터 테러 현장 및 폭발물 사진들을 공개한 것을 보고 분노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미국 당국 내부에서 유출된 이 사진들은 희생자와 그 가족, 일반 시민들에 고통을 안기고 있다"고 밝혀 영미 당국 간 갈등이 감지된다. 영국 측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5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이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범인의 신원을 밝힐 경우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테러 발생 후 민감한 수사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 영국 언론도 테러 관련 정보를 제한적으로 보도하면서 수사에 협조했다. 그러나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3일 CBS, NBC 등 미 언론들은 앞다퉈 자살폭탄 테러의 범인이 '22세 살람 아베디'라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두 시간 이상 남겨둔 때였다. 이후 맨체스터 테러의 면면을 보여주는 상세한 보도가 미 언론에서 쏟아져 나왔다. NYT는 폭탄 파편, 범인이 맨 배낭 조각, 피 묻은 폭탄 뇌관, 폭탄 배터리 등 생생한 테러 현장 사진을 보도했다. 수사당국 고위관계자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는 극비 정보였다.

이에 영국 경찰서장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맨체스터 테러 수사와 관련된 증거 등이 허가받지 않은 채 미 언론에 보도된 것은 영국 경찰의 수사에 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희생자들과 증인들 그리고 그 가족들의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정보 유출 논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외무장관과 주미 대사에게 이슬람국가(IS) 테러 전략과 관련한 기밀 정보를 누설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뒤 나온 것이라 영국 측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영국 경찰과 정보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폭발물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아베디의 남동생 하심은 경찰 조사에서 형이 IS와 연계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자신 또한 IS와 연루돼 있으며 아베디의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테러 희생자의 약 3분의 1이 자녀를 둔 부모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키우고 있다. NYT는 테러 사망자 22명 중 최소 7명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려고 기다리고 있던 부모였다고 보도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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