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경영계를 대표하는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새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획일적인 정규직 전환 추진이 산업현장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켜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4년부터 경총 상임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 부회장은 평소 정부와 정치권, 노동계를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경제단체 수장이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다른 경제단체들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논평과 성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눈치 보기가 더 극심한 가운데 ‘할 말은 한다’라는 김 부회장의 사이다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2회 경총포럼에서 “근본적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요구가 넘쳐나면 산업현장의 갈등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이는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을 발표한 이후 민간기업에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며 “간호조무사, 집배원, 급식 보조원 등 사회 각계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논란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부회장은 “이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라 엄연한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기회로 열악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코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근로자가 더욱 나은 일자리를 원한다고 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특히 중소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회장은 세계적으로 널리 활용되는 아웃소싱을 유독 한국만 문제가 되는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노동계 주장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주력 사업이 아닌 업무는 전문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겨 그들의 인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효율적”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고려치 않고 획일적으로 ‘좋다·나쁘다’, ‘된다·안된다’식의 이분법적 접근은 갈등만 부추기고, 사회 전체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나서서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근로조건을 보호할 필요는 있지만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또한 노동시장의 최대 문제는 임금격차 심화라며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임금안정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일본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월등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동안 우리 노동시장은 노동조합원의 73%가 1000인 이상 기업에 속할 정도로 대기업 중심의 강성 노동운동이 이루어져 왔고, 이는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과도한 임금상승을 초래해 결국 우리 노동시장의 최대 문제인 임금격차 심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인상이 지속된다면 기업규모·고용형태에 다른 임금격차는 더욱 화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기술의 발전과 공정의 자동화로 인해 일할 기회조차 줄어들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은 전통적 고용형태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며 “지금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치열하게 싸울때가 아니라 노·사 ·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다가올 일자리 증발 위기를 타개할 사회적 논의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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