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가 체온을 관리해주는 '살아있는 운동복'이 발명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지난 19일 대장균의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 '호흡'할 수 있는 운동복을 발명했다고 발표했다.
MIT는 '바이오 로직'(BioLogic)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를 통해 습도에 따라 수축하고 팽창하는 미생물 세포를 운동복에 접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운동복을 입고 땀을 흘리면 옷 안의 세포가 팽창해 몸을 식힌다. 땀이 식으면 이 세포는 수축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MIT 전 대학원생인 리닝 야오(Lining Yao)는 “보통 신체 중 열이 나는 부위에서 땀이 난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 열이 나는 부위와 땀이 나는 부위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랫부분 척추에서는 많은 양의 땀이 발생하지만 열은 높지 않다”며 “이 옷은 열과 땀이 나는 부위의 차이에 따라 각 세포의 수축 정도를 조정했다”고 덧붙였다.
땀이 나는 부위보다 열이 나는 부위에서 옷이 더 크게 팽창하도록 설계, 통풍이 잘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또 이 옷은 땀을 흘리면 형광 단백질이 반응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됐다.
MIT 연구진은 초기 습도에 반응하는 대장균을 탐구하다가 습한 상태를 감지하면 녹색 형광 단백질이 발현되도록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세포를 천연 라텍스 직물에 인쇄해 어둠 속에서 달릴 때 빛을 내도록 했다.
여성 모델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명한 '살아있는 운동복'을 입고 있다. 대장균 세포가 인쇄된 직물로 만들어진 이 운동복은 땀과 열이 나면 팽창해 통기성을 높인다(왼쪽 사진). 땀과 열이 식으면 세포가 수축해 운동복의 구멍도 작아진다. MIT 홈페이지 캡처 |
연구를 주도한 웬 왕(wen wang) 연구원은 “미래에는 유전공학을 통해 냄새 방출 기능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더라도 셔츠에서 좋은 냄새가 풍기게 될 것"이라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피부와 미생물 세포는 직접 닿지 않는다.
연구진은 “세포와 직물을 2층 구조로 만들어 피부와 직접 닿지 않고도 습도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생물 세포는 만지거나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한다. 아울러 유전공학의 발전에 힘입어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도 있어 미래 산업화 전망도 밝다는 평이다.
연구진은 운동화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운동을 할 때 열과 땀이 발바닥 쪽에서 나 무좀이나 사마귀와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이런 질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스포츠웨어 업체와 협력하여 디자인을 상용화하고, 커튼과 침대시트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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