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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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력'을 강조해 온 삼성전자가 2차 협력사까지 '현금결제'를 제도화한다.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현금으로 물품 대금을 지급토록 하는 물품 대금 지급 프로세스를 마련, 다음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1차 협력사는 6월1일부터 2차 협력사에게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30일 이내에 지급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는 600여곳으로, 이들과 거래하는 2차 협력사는 3000여개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하나·신한·국민은행과 총 5000억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 1차 협력사가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무이자 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물대지원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 신청을 하면 2차 협력사간 월평균 거래금액 내에서 현금 조기 지급에 따른 필요 금액을 1년간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필요시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이 펀드는 2020년 5월31일까지 3년간 운영된다.
삼성전자는 "1·2차 협력사간 '납품 대금 30일내 현금 지급' 프로세스를 정착시킬 계획"이라며 "추후 협력사들의 요청에 따라 연장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4~25일 수원·구미·광주 등에서 500여개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1·2차 협력사간 현금 물대 지급 전면 시행의 취지를 설명하고 1차 협력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2차 협력사에게 현금으로 물대를 지급하는 1차 협력사에 대해선 협력사 종합평가에 가산점을 반영하고, 신규로 거래를 시작하는 협력사에 대해서는 2차 협력사 현금 물대 지급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제도 도입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준비해왔다.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 1차 협력사 협의체인 협성회와 2차 협력사 협의체인 수탁기업협의회간의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는 어음으로 대금을 지급받는 2차 협력사들의 애로와 건의사항을 듣고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주은기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오래전부터 물품 대금 현금 결제의 물꼬를 터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1차 협력사들도 '물대지원펀드'를 적극 활용해 물대 현금 지급의 패러다임을 정착시켜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1차 협력사들에게 2005년부터 물품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한편, 2011년부터 지급 횟수도 월 2회에서 4회로 확대했다. 2013년부터는 거래 마감 후 1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아울러 2차 협력사가 안정적으로 물품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2015년 4월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상생결제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1차 협력사가 대기업으로부터 납품대금을 받는 시점에 2차 협력사에 지급할 대금을 예치계좌에 입금, 필요할 경우 2차 협력사가 대기업의 신용도로 낮은 금리에 현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편 삼성전자의 이같은 행보가 다른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일단 상생협력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당장 시행을 결정하기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납품대금을 조기에 선지급해 2차 협력사 대금 결제로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특히 1차 협력사에만 제공하던 1035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와 750억원 규모의 상생금형설비펀드를 지난해부터 2차 협력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2차 협력사와의 거래관행 개선을 권고해오고 있다. 분기별로 납품대금 지급조건을 준수해달라는 대외문을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는 그룹차원에서 1차 협력사와 거래마감 후 10일 내 현금지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아울러 LG전자는 2차 협력사 지원을 위해 2011년부터 기업·산업은행과 20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펀드를 조성해 1·2차 협력업체 물품대금 지급은 물론 설비투자나 경영운영 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무이자 대출 지원 프로그램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협력사에 대해 상시 현금결제를 진행 중이며, 동반성장펀드 조성을 통해 협력사 대출이자 부담을 지원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차 협력사까지 챙기기 위해 5000억원을 별도로 떼어내 펀드를 조성한 것은 취지도 좋고 대단한 일"이라면서도 "이 정도 규모의 자금을 만드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이 동참하기엔 현실적 고민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dwlim@mt.co.kr,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박준식 기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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