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무(無) 회의부터…격식과 의전 파괴까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 전에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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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보름간 소통 행보에 청와대가 확 달라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이 격식과 절차보다는 소통과 공유에 방점을 찍으면서 탈권위적 행보에 국민의 대통령으로 다가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여민관 집무실에서 열린 첫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잘 보여준다. 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예전처럼 받아적기 하는 식이 되지 않도록 ‘선(先) 논의 후(後) 결론’을 제안해 소통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계급장, 받아쓰기, 사전결론’이 없는 3무(無) 방식으로 열어 형식보다는 격의 없는 회의를 통한 합리적 결론을 중시한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 박근혜 정부 대통령 주재 회의 때의 모습을 보면 회의 참가자들이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기에 바쁜 모습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문 대통령이 3무(無) 방식으로 회의를 주재한 이유는 기탄없이 의견을 내놓아 잘못된 결정을 고쳐나가자는 의미에서다. 그러려면 받아쓰기보다는 의견 제시를 많이 하고 발제만 있지 사전에 결론을 가져가지 않도록 했다. 미리 결론이 내려지면 회의 참가자들이 이 결론에 함몰돼 자유로운 사고나 의사전달을 할 수 없어서 문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날 회의는 노타이 차림으로 열렸고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 보좌관 모두 회의 시작전 커피나 차를 손수 타 먹으며 담소를 나눠 경직된 회의분위기를 없앴다.
이날 회의 의미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부처가 칸막이들이 다 있듯이 청와대 내부도 하다 보면 칸막이들이 생겨난다”며 “수석, 보좌관 회의는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소통하고 공유하고 결정하는 회의”라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지시에 대해서 이견을 제기하는 것은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야 할 의무”라며 “(결과 발표 때)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게 함께 나가도 좋다”고까지 말해 달라진 청와대 회의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특히 이번 수석·보좌관 회의 일정을 결정했던 최근 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일주일에 2번 월요일과 목요일 하자”며 “월요일 오전에 하면 일요일 일이 많아지니까, 오후에 하고 목요일은 오전에 하자”고 말해 비서진들이 반색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의 소통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10분쯤 집무실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등 비서진과 티 타임을 가진다. 여기서 당일 일정이나 의제를 점검하는데 이때에도 지시보다는 의견 교환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결정된 사항은 대통령 업무 지시 형태로 내보내되, 그에 앞서 충분히 숙고하고 일방적 전달과 지시보다는 의견을 구해 최적화한 묘안을 찾기 위해서다.
이 같은 대통령 소통방식은 다른 회의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매일 오전 8시40분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수석과 몇몇 비서관들이 참석하는 상황점검 회의에서도 수석들은 거리낌 없이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석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기보다 다른 수석이 발제한 의제에도 기탄없이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하고, 보충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회의 방식은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형식으로 진행된다. 즉 수석들이 전문가적 견해를 주장하기보다는 원칙적 견해를 내세우고, 다른 수석은 그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맞춰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간혹 수석이 말한 내용에 대해 비서관이 적극 의견을 제시하는 때도 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적 회의가 강정화 외교부장관 내정을 결정하는 회의에서다. 이 회의에서 강 내정자와 결격 사유를 공개하느냐의 토론에서 “사유를 공개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주를 이뤄 결국 언론에 공개했었다.
대통령의 이러한 소통의 행보는 기자들과의 소통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전 정부에서는 수석이나 대변인이 일방적으로 내용을 발표했고, 방송으로 생중계하더라도 문답을 미리 정하고 시나리오대로 진행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질문 없느냐”고 먼저 물어 대변인과 기자들을 잠시 당황하게 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소통방식 때문에 수석들도 딱딱한 발표 형식보다는 ‘피자 토크’ ‘햄버거 토크’ ‘아이스크림 토크’ 등 비공식적이지만 진지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언론과 소통해 달라진 청와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투데이/신동민 기자(lawsdm@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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