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경 개인전 '안녕 |
박찬경 개인전 |
박찬경 개인전 |
박찬경 개인전 |
설치미술가 박찬경 |
■국내에서 5년만의 개인전
3채널'시민의 숲'등 신작 공개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전시 준비를 할 때만 해도 박근혜 정권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세상이 너무 환해져 내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설치미술가 박찬경(52)이 국내에서 5년만에 개인전을 연다.
전시는 '애도의 장'으로 펼쳐진다. 짧게는 3년 길게는 한 세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위로 받지 못하고 떠돌아 다니는 영혼들을 위로한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의 역사들을 환기하며, 무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3채널 비디오작업등을 선보인다.
25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2관에서 개막한 전시는 '안녕 安寧 Farewell'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무명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3채널 비디오-오디오 작업 '시민의 숲'(2016), 한국의 제도권 미술이 지니는 자생적 미술사 서술의 한계를 잠재적이고 창조적인 판형들의 예시를 통해 제안하는 '작은 미술사'(2014/2017), 그리고 이 두 작품의 후속 작업 '승가사 가는 길'(2017)을 슬라이드 프로젝션으로 소개한다. 또 민속신앙과 전통을 재해석한 '밝은 별'(2017), '칠성도'(2017) 등 신작 13점도 공개한다.
전시 제목 '안녕'은 만나고 헤어질 때 공통으로 사용되는 ‘안부의 물음’과 ‘작별을 고하는’ 양가적인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전시 대표작은 '시민의 숲'이다. 세월호를 비롯해 동학농민운동, 5.18광주 민주화 운동등 이름없이 스러져간 이 땅의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작품으로 약 27분짜리 영상이다. 민중화가 오윤의 미완성 그림 '원귀도'와 김수영의 시 '거대한 뿌리'(1964)에서 착안했다. '시민의 숲'이 완성된 것은 지난 2016년인데, 지금의 시국과 묘하게 맞물려 형언할 수 없는 울림을 일으킨다.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작가가 준비한 의식에 동참해 희생자들의 안녕을 함께 기원하게 된다.
박찬경은 "우리는 여전히 식민적인 문화 속에서 살고 있으며 지금까지 극복되지 못한 근대성의 한계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결과가 세월호 참사"며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질 때 희망을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평론가,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한 박찬경은 영화감독 박찬욱 동생으로 더 알려져있다. 박찬욱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은 '파란만장'으로 2011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서 황금곰상을 받으며서 주목됐다.
1988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5년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사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기획자로서도 활동했다.
1990년대 평론가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박찬경은 이후 1997년 '블랙박스: 냉전 이미지의 기억'을 주제로 금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화단에 데뷔했다. 냉전, 남북갈등, 민속신앙, 역사의 재구성과 같은 일련의 주제를 통해 한국의 근 현대사를 되짚어 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 '승가사 가는 길'은 '시민의 숲'과 '작은 미술사'의 후속작이다. '시민의 숲'의 배경인 북한산 승가사에 가는 길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것으로, ‘키치’와 ‘화엄’을 오가는 한국적 감상주의에 대한 사진 이야기다.
그의 작업은 성장과 발전 추구라는 명분 아래 성찰과 치유의 기회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사회를 되돌아본다.
"근대성의 잘잘못이나 오류를 따지기 전에 근대성 자체를 상대화 하는 게 필요해요. 거리를 두고 보는 것 . 그 속에 매몰돼서 보지 않고 빠져 나와서 근대성 자체를 낯설게 보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나 예술에 대한 상상이 어렵겠죠.”
이번 전시에 나온 3채널 비디오 '시민의 숲'은 2017년 아트바젤 언리미티트(Unlimited) 섹터의 참여작으로 선정되어 오는 6월 스위스에서도 선보인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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