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기여 ‘부모보험’노사가 분담
8세까지 소득의 80%·480일 유급휴직
-한국, 가정 주요 소득원 남성에 의존
급여보전 정책적 대책없인 ‘그림의 떡’
일·가정 양립 사각지대 해소도 관건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고용노동청 일자리센터 1층에서 이색 사진전이 열렸다. 고용노동부가 주한스웨덴대사관과 함께 개최한 ‘스웨덴의 아빠’ 사진전 행사였다. 6개월 이상 육아휴직 중인 스웨덴 아빠 25명이 모델로 등장해 어린 자녀를 돌보는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었다. 자녀들과 본능적인 유대감을 나누는 이국 아빠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스웨덴의 아빠 모델 25명중 한 명으로 8개월째 육아휴직을 쓰고 있는 재료개발자 요한(38)씨는 “부모휴가로 인한 금전적인 손실은 전혀 아깝지 않다”며 “아빠로서의 자신감도 얻었고, 아내를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빠로서 육아에 참여하고, 아이들 삶을 함께 할 기회는 늘 주어져 왔으나, 부성에 대한 전반적인 태도와 인식 부족으로 인해 육아 참여가 저조했었지만 이제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스웨덴에 사는 재료 개발자 요한(38)씨는 아이 3명을 돌보기 위해 8개월째 육아휴직중이다. 그는 “아빠로서의 자신감을 얻었고 아이들과 관계도 돈독해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요한은 아이 밥을 챙겨 먹이고 아이들이 올바르게 이를 닦도록 칫솔질을 가르치는 등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요한 배브만] |
역시 8개월째 육아휴직중인 아동문화개발자 무라트(34)씨는 “사회에서 성별에 무관하게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단지 아빠로서 배정받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내만큼이나 아이들에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보는 아빠 ‘육아대디’는 스웨덴에서는 대세로 자리잡은지 이미 오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보험’이 큰 역할을 했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아빠도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제도를 만들었다. 8세(2014년 이후 출생아 12세)까지 소득의 80%를 보장받고 아이 한 명당 480일, 부모 한 명당 240일씩 휴직할 수 있다. 아버지가 휴직을 원하지 않으면 어머니에게 넘겨줄 수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육아휴직급여 문제는 사회보험 형태의 부모보험 제도를 통해 해결했다. 당시 스웨덴은 남편 중심에서 맞벌이 가족부양 체계로 전환되면서 출산율이 낮아지고 여성고용률이 떨어지는 등 노동력 부족에 직면했었다. 이의 타개책으로 나온 스웨덴의 부모보험은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으로 휴직 또는 휴가를 냈을 경우 소득이 중단되지 않게 급여를 보완해주는 것으로, 노사가 절반씩 부담해 모은 기금으로 출산, 육아 휴가자에게 소득대체율 80% 수준을 보전해준다.
하지만 제도시행 초기에는 이용률이 높지 않았다. 남성들이 집에 있는 것을 싫어했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480일의 육아휴직기간을 엄마가 대신 쓰게했다. 1974년 당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0.5%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이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아빠만 쓸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을 늘려가면서 아빠가 육아휴직 30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나머지도 부인에게 양도하지 못한다는 정책을 펴서 이용률을 높였다. 아빠의 육아휴직제도가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지원도 확실히 했다. 대기업에 다니든 프리랜서든 육아휴직 13개월까지는 급여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3개월은 지정액을 지급해 아빠라면 누구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별도의 장려금을 지원했다. 2016년 1월 1일부터는 육아휴직제도의 의무할당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확대했다. 이같은 스웨덴 정부의 40년에 걸친 노력 끝에 아빠들의 생활이 바꾸었고 결국엔 생각까지 변화시켰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1.88명(2014년 기준)으로 유럽에서는 굉장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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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아빠들은 ‘부모휴가’ 등을 활용해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15년 스웨덴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0분이나 된다. OECD 평균(47분)보다 6.4배 정도 많다. 대기업 고위직 남성임원의 육아휴직 사용비율도 88%(2006년)에 이른다. 반면 한국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그친다.
전세계적으로 남성의 부모휴가 이용 비율은 육아휴직급여 수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웨덴은 1974년 3%에 불과하던 남성육아휴직률이 부모보험 제도 도입 이후 크게 늘어나 2011년 23%까지 증가했다. 2006년 부모보험을 도입한 캐나다 퀘벡주도 출생아 수가 2005년 7만6341명에서 2012년 8만8700명으로 16% 증가했다. 이 기간 퀘벡주를 제외한 캐나다 출생아 수 증가율은 11%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빠의 육아휴직이 저출산 대책으로 효과를 보려면 육아휴직급여 현실화가 관건이고, 재원문제는 부모보험제도 도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육아휴직 급여를 인상하는데 한계가 있고 이미 ‘고갈’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가정의 주소득자가 남성이다보니 육아휴직급여를 대폭적으로 올려주지 않은 경우 남성 육아휴직이 쉽지 않다”며 “아빠의 달 특례뿐 아니라 기존 육아휴직급여의 소득대체율을 60~70% 정도까지 높여 월 150만~200만원까지 생활 자체가 어렵지 않게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보험은 소득감소의 위험이 없는 육아휴직은 물론,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임시·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육아휴직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직장인만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가 없다. 자연 사각지대가 생긴다. 하지만 부모보험은 누구나 가입해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자연스럽게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고 출산률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남성의 가사·육아 참여도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육아휴직 같은 일·가정 양립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이는 공무원과 고용보험 가입자들이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아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나마 육아휴직 기간 중 휴직 급여가 너무 적어 이용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우리도 스웨덴 처럼 부모보험 체제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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