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미사보 쓴 멜라니아 트럼프 |
트럼프와 살만 사우디 국왕 |
"종교 지도자와 한 국가 왕을 만나는 의전은 다를 수 밖에 없어"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해외 순방 중인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는 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으면서 바티칸에서는 '미사보'를 썼을까.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멜라니아 트럼프는 교황을 만날 때 긴 소매의 검은색 돌체앤가바나 원피스를 입고 검은색의 미사보를 머리에 썼다.
일반적으로 교황을 만나는 외국 사절은 바티칸의 드레스코드를 따른다. 남성은 흰셔츠, 검은색 넥타이에 정장을 착용한다. 오직 가톨릭 국가 여왕들과 모나코의 공주만이 교황 앞에서 흰색 의상을 입을 수 있다.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여성들이 미사보를 쓰는 것이 의무적이었지만, 그 이후부터 완화됐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 때에는 드레스 코드가 이전보다 더 완화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심지어 주교들이 자신을 만날 때, 검은색이나 주황색 옷 '카속'을 입는 것도 완화시켜 지금은 목 뒤에 채우는 가늘고 딱딱한 성직자용 칼라만 착용토록 하고 있다.
교황은 자신의 드레스코드 역시 완화했다. 전임 교황들이 신었던 신발인 호화로운 붉은색 로퍼를 착용하는 것도 중단했다. 그러자 “소박함에 대한 그의 메시지의 한 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지난 수십년간 바티칸을 몇 번 방문했을 때 검은색 원피스를 입고 미사보를 썼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방문시에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모자만 썼다.
만약 바티칸 밖에서 퍼스트레이디가 교황을 만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지난 2015년 워싱턴 D.C 공황에서 교황을 만날 때 푸른색 원피스를 입었다.
교회 소식과 정치 문제 언론 매체 에디터 로코 팔모는 “(트럼프의) 백악관이 무시한다는 인상을 가장 주고 싶지 않은 곳이 바로 바티칸”이라면서 “만약 그녀(멜라니아)가 미사보를 쓰지 않았다면, 가톨릭 유권자들에게 백악관이 그렇게(무시) 하는 것으로 읽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의무적으로 써야 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이를 요구하지 않는다. 멜라니아 여사 뿐 아니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로라 부시 여사도 베일을 쓰지 않았다.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 역사학자인 제인 햄턴 쿡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서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고, 사우디 국왕은 한 국가의 수장이다. 종교적 지도자는 만나는 것과 한 국가의 왕에 대한 존경을 표현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멜라니아 여사가 히잡을 쓰지는 않았지만, 팔과 다리를 가릴 수 있는 긴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 상황에 맞는 겸손한 행동을 취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베일을 쓰지 않는 외국 정치인들의 결정을 혁명적인 것처럼 얘기하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미셸 여사가 사우디 방문시 히잡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용감한 정치적 표현”이라고 평가된 바 있다. 이멜라니아 여사와 이방카가 히잡을 쓰지 않은데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시절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바마 여사가 사우디에서 히잡 쓰기를 거절한 것을 아주 멋지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들(사우디)은 모욕을 당했다. 우리는 (이미) 적들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올린 적이 있다. 미셸 여사가 히잡을 쓰지 않아 사우디를 모욕했고, 그로 인해 사우디를 적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번 순방 당시 멜라니아 여사가 히잡을 쓰지 않자, 일각에서는 미셸 여사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사우디 방문시 베일을 쓰지 않은 모습이 담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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