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선풍기·선 없는 청소기 등 독보적 기술력·디자인 선봬
홈쇼핑, 온라인 몰에 그치지 않고 유통 플랫폼을 확대해 한국 시장까지 영토를 확장한 다이슨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다이슨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6억3100만 파운드(약 9214억 원),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억 파운드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약세임을 고려했을 때 다이슨의 성장은 무서울 정도다. 1993년에 문을 연 다이슨은 24년 만에 가치가 50억 파운드로 뛰었다. 회사 지분은 100% 제임스 다이슨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다.
◇“오직 제품에만 집중하라” = 다이슨 창업자는 1970년대 후반까지 수레바퀴 같은 물건을 만드는 엔지니어였다. 그는 1982년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를 개발했다. 5년간 5000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맺은 결실이었다. 개발만큼 창업까지도 오래 걸렸다. 그는 1993년 회사를 세우며 “나는 사업가가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사업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 아이디어로 시작한 것”이라며 “집을 저당잡힌 채로 뛰어든 것이어서 당연히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적인 외모, 영국 액센트의 깔끔한 헤어스타일에서 다이슨 창업자의 강단이 엿보인다고 했다.
20년 전 다이슨에 입사한 마이클 알드레드 엔지니어도 다이슨 창업자의 강단을 증언했다. 알드레드 엔지니어는 “때때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을 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 제임스 다이슨은 항상 제품에만 집중하라”고 했다며 “그러면 모든 것이 뒤따라 오게 되어 있다고 단언했다”고 했다.
다이슨은 눈길을 끄는 디자인과 독보적인 기술력을 결합해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의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을 출시했다. 그때마다 전자제품 시장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NYT는 다이슨이 초반에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삼성전자나 핏빗, 고프로 같은 하드웨어 브랜드들은 해당 물건 자체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후발주자들이 비슷한 물건을 금방 내놓는데다 제품으로 나는 이윤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이슨은 물건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컨설팅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의 팀 바라진 회장은 “프리미엄 시장이 아니면 하드웨어로 돈을 버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며 “애플과 다이슨은 기술과 디자인에서 최고를 선점하면서 그것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영국 맘스베리에 있는 다이슨 본사는 컴퓨터 화면을 절대 카메라로 촬영할 수 없게 한다. 일부 연구실 기계들은 검은 쓰레기 봉투로 가려져 있다. 그만큼 기술과 디자인의 보안을 신경 쓴다는 의미다. 매해 매출의 14.5%가 연구개발비로 쓰일 정도다. 다이슨의 스티브 코트니 신제품 부문 책임자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일단 개발하면 시장은 빠르게 이동한다”며 “우리는 새롭고 거대한 신시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전기차까지 손 뻗을까 = 다이슨의 맥스 콘체 최고경영자(CEO)는 “5년 전 우리 매출의 85%는 유선 진공청소기에서 나왔다”며 “이제 매출의 80%가 드라이기 같은 신제품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다이슨은 전기차 배터리, 러닝 머신 등 기타 첨단 기술에 2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이슨의 신제품 개발에는 전기차가 포함될 수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2015년 다이슨은 배터리 업체 삭티3를 9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삭티3은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업체다. 다이슨은 2020년까지 10억 달러 이상을 배터리 생산에 투자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테슬라와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제조업체인 애스턴마틴의 임원을 영입했다.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추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이슨 측은 공식적으로는 전기차 개발을 부인하고 있다.
제임스 다이슨의 창업자의 장남인 제이크 다이슨은 현재 다이슨을 이끌 가장 유력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그는 “우리는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도전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투데이/이지민 기자(aaaa3469@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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