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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만엔(약 10만원)권 폐지론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칼럼을 통해 전했다. 고액권은 탈세 등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사람들이 고액권을 쌓아두고 쓰지 않아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해도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1만엔 폐지론의 시발점이 된 것은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의 저서 '현금의 저주'다. 일본어판 서두에서 로고프 교수는 "먼저 1만엔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현금이 부정부패에 이용되고 있고 지폐로 자산이 도피하는 상황을 놔두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지폐 발행잔고는 4월 기준 약 101조엔이다. 이차원 양적완화 직후인 2013년 4월 이후 20%가 증가했다. 잔고의 93%는 1만엔권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현금 중 40조엔이 '장롱예금'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의 한 세무사는 부유층들이 세무당국의 자산 파악을 피해 장롱예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도 "일본의 지하 경제가 크고 탈세도 거액"이라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소액 결제에 필요한 현금까지 폐지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는 인도에서 고액 지폐 폐지로 혼란이 일어났고 유럽에서도 500유로권의 발행이 중단됐다.
다만 1만엔권은 세계 고액지폐 중에서 액면가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일본은행 내에서도 1만엔권 폐지론은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래도 화제가 되는 이유는 금융정책의 한계론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가 정상화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차례 더 위기를 겪게 되면 마이너스 금리 심화 외에 마땅한 방안이 없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9월 총괄 검증을 통해 추가 완화가 필요하다면 마이너스 금리폭을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는 예금이 아닌 은행간 거래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예금에까지 확대되면 은행에서 돈을 인출해 자택에 보관하는 사람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이는 금융완화가 경제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제약한다.
현재 일본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추가 양적완화보다는 오히려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1분기 실질성장률은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고,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도 장기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로고프 교수는 "언젠가 반드시 새로운 경기 후퇴가 일어난다. 정책 금리가 제로일 때 (다음 수순인) 마이너스 금리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방향을 생각해 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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