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트럼프에 ‘기후변화협약 실천’ 촉구 메시지

[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지난해부터 트위터상 사사건건 갈등을 빚어온 프란치스코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처음으로 대면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의 교황 관저에서 30여분간 비공개로 만남을 갖고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아내인 멜라니아 여사, 장녀 이방카,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도 교황과의 면담에 참석했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별한 ‘선물’을 건넸다. 외신들은 교황이 2015년 교황청이 발행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관한 회칙 사본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세계 환경보호를 위한 긴급한 조치(파리기후협약)를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했다.

[사진제공=AFP]

블룸버그는 “교황의 선물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인 ‘파리기후협약’을 저버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바티칸은 이날 면담 이후 성명서를 통해 ”이번 회담은 국제 문제와 평화 증진에 중점을 뒀고 특히 건강보험, 교육, 이민 등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교황의 기후변화 동참 촉구 메시지는 이번 주말 주요 7개국(G7) 회의를 앞두고 G7 각국 지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행보로도 해석된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미국이 파리협약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기간 내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시절 “지구온난화는 중국의 날조”라고 비난하는 등 온난화 방지에 대한 국제적인 노력을 조롱해왔다. 취임 이후에도 미국은 지난달 로마에서 열린 G7 에너지장관 회의에서 파리협약 실천을 위한 공동 성명 채택에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해 중국(25%)의 뒤를 잇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그 위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추기경)과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파리기후협정 잔류 여부에 대해 아직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한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아직 그 문제에 대해 생각 중이며,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내비쳤다”면서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순방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좋은 기회”라며 “우리는 지금 이 사안에 대한 독자적인 권고안을 만들고 있으며, 아마도 귀국 이후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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