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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커제 9단, 알파고에 반격할까...오늘 2국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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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알파고와 대국하는 커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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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 커제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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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대 커제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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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잘하네" 커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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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커제VS알파고2.0 대국 일정


알파고의 놀라운 진화, 인공지능의 끝은 어디일까?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세계 바둑 랭킹 1위 커제(20·중국) 9단에게도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벽은 높았다.

알파고는 지난 23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의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1국에서 커제 9단을 상대로 289수 만에 백 한집반 차이로 승리했다.

커제 9단은 1국이 끝난 뒤 "알파고의 바둑에 대한 이해나 판단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현재까지도 약점은 찾아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커제 9단은 이세돌 9단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알파고에 대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해 알파고의 대결에서 이 9단이 패하자 커제 9단은 "알파고가 이세돌은 이길지 몰라도, 나는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인류 대표의 자격이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알파고 승리를 점쳤다. 리카이푸(李開復) 전 구글 부회장은 "커제의 승률은 0%다"고 단언했고, 국제 도박사이트들은 커제 승리배당률 8배로 알파고의 압도적인 우세를 예상했다.

커제 9단은 이 같은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래서인지 커제는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알파고가 알고 있던 자신의 공격적인 기풍을 버리고, 알파고를 겨냥한 3·三(바둑판의 가로세로 각각 3선이 만나는 곳)에 두며 극단적인 실리바둑을 구사했다. '선실리 후타개' 전법으로 맞섰으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좌변 접전 이후 커제는 비세를 느끼고 최선의 수를 두며 흑97로 상변 백돌을 잡으러 가는 승부수를 띄워봤지만 주변 돌들을 활용해 타개하는 알파고의 수들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알파고 기보를 보며 알파고 수법을 흉내내 보았지만 허점을 보완하며 진화한 알파고는 판이 좁아질수록 빈틈이 없었다.

알파고는 실리보다 두터움을 추구하며 커제의 승부수와 도발에도 싸우지 않고 쉬운 수를 선택하며 정리해나갔다. 특별한 묘수도 두지 않고 정수로 국면 운영하며 복잡한 전투 없이 조금씩 차이를 벌려나갔다.

알파고는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한 이후 두터움을 활용하는 능력과 균형 감각이 탁월했다. 커제는 최선의 끝내기로 미세한 차이를 좁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 차이는 줄어들지 않았고 알파고의 완벽한 마무리가 돋보였다.

평소 굉장한 속기파로 알려진 커제는 1국 내내 신중한 착점을 보였다. 반면 알파고는 실수 없이 약 40초에 1수를 두는 빠른 착점으로 커제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제한시간 3시간 중에서 남은 시간은 커제가 13분 17초, 알파고가 1시간 29분 6초. 한 집반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알파고의 완승이었다.

전문가들은 커제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재진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커제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알파고도 기본적으로 프로기사들 기보를 보고 학습한 것이다. 커제 9단, 이세돌 9단 등 많은 프로기사들보다도 알파고가 기보를 많이 갖고 있을 것이다. 알파고가 학습한 데이터가 커제 9단이나 이 9단보다 많을 것이고, 거기서 강력한 힘이 나온다. 사람은 한계가 있지만 컴퓨터는 돌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파고때문에 인공지능(AI)이 많이 주목받게 됐다"며 "AI 열풍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 일자리에 변화가 생기고 여가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발전이 이어지려면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이를 가능토록 한 기반기술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알파고가 이기는 확률이 높은 곳에 두는데, 확률 분포를 배웠다"며 "즉, 알파고는 '어느 지점에 두면 이길 확률이 얼마고 또 다른 지점에서 두면 이길 확률은 얼마다'는 것을 배워서 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건우 7단은 "알파고가 커제 9단과 대국을 하기 전에 인터넷 바둑에서 프로 최정상급 기사들과 겨뤄 60연승을 했다"며 "현재 프로기사들이 알파고를 이기기 힘든 상황인 만큼 커제 9단도 알파고를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알파고 실력이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은 확실하다"며 "이번에 커제 9단이랑 두는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뒀던 알파고보다 더 세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커제 9단이 어떤 바둑 내용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다들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서 7단은 "사람은 바둑을 두면 많은 집 차이로 이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알파고는 이기는 확률이 높은 쪽으로 간다"며 "10집을 이길 수 있는데 확률이 80%이고, 1집을 이길 수 있는데 확률이 95%면 알파고는 한 집을 이기는 쪽으로 간다. 그래서 집 차이는 승부에서 의미가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25일에 속행되는 2국은 커제의 백번이다. 2015년 34연승을 거두며 '무적 백번'을 과시한 커제는 흑번보다 백번 승률이 더 좋다.

3국은 돌 가리기를 통해 흑, 백이 결정되며 27일 오전 11시30분부터 속행된다.

대국은 중국룰로 진행되며 덤은 7집반이 적용된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며 초읽기는 60초 5회가 주어진다.

세 차례의 대국에 걸린 우승상금은 150만 달러(약 17억원)다. 이와 별도로 커제는 세 판의 대국료로 30만달러(약 3억 4000만원)를 받는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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