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펀딩으로 만들어진 IT 디바이스는 업계 이슈로 자리 잡기도 하지만, 낮은 완성도와 배송 지연 등으로 혹평을 받는 일도 잦다. 최근 드론, 360도 VR 카메라 등 아이디어 IT 디바이스의 클라우드펀딩 취소 혹은 개발 포기 사태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피해는 투자자와 참가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펀딩 참가 시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살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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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자동 추적하며 사진을 찍는 셀피 드론, '릴리'는 클라우드펀딩에서 발표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릴리 드론의 프로모션 비디오가 공개되자 6만건 이상의 선주문과 3400만달러(한화 약 382억원)의 개발 자금이 모였다. 하지만, 릴리 드론 제조사는 출시일을 계속 연기하다 급기야 2017년 1월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릴리 드론 개발 중단이 몰고온 후폭풍은 거셌다. 투자자들의 항의와 환불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 검찰은 릴리 드론 제조사를 허위 광고와 불공정 거래 혐의로 제소했다. 프로모션 비디오가 실제 제품으로 촬영되지 않은, 일종의 허위 광고라는 이유다.
클라우드펀딩 사이트 인디고고에서 화제가 된 360도 VR 카메라, 파노노(Panono) 제조사는 최근 독일 베를린 법원에 파산 절차를 신청했다. 파노노는 2013년, 1억800만 화소 초고해상도 360도 VR 카메라를 발표해 125만달러(한화 약 14억원)를 모금했다. 이 제품은 2014년 출시 예정이었으나, 출시가 계속 미뤄졌고 2015년에야 테스트 모델 극소수가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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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노측은 제품 대량 생산과 출하를 위해 추가 모금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2017년 파산 절차를 밟기에 이르렀다. 현재 이 제품은 2100유로(한화 약 270만원)에 구매할 수 있으나 판매 중단될 전망이다. 파노노가 운영하는 360도 VR 이미지 자동 스티칭 서버도 향후 운영이 불투명하다.
릴리 드론, 파노노 360도 VR 카메라 이전에도 클라우드펀딩 실패 사례는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드론, 3D 프린터 등 아이디어 기반 중소형 IT 디바이스였다. 많은 엔지니어와 마케터들이 클라우드펀딩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바라지만,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생산과 수율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IT 디바이스의 목업, 프로토타입 제작은 어렵지 않지만, 대량 생산 단계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 제작에 많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는 까닭이다. 기술 혹은 디자인상 문제로 설계가 바뀌면 생산 단계가 모두 흐트러진다. 이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금액이 소요되고 제품 완성 시기가 지연되는 것.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펀딩에서 소개되는 IT 디바이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져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현실화 가능 여부는 별개다. 아이디어가 너무 허무맹랑해 불가능해보일 경우, 제품 정보가 부실한 경우, 출시일이 계속 늦춰지는 경우 투자를 피하거나 거둬라"고 조언했다.
IT조선 차주경 기자 racingc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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