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사위원 리뷰
국립무용단 '시간의 나이'
국립무용단의 동시대적인 창작
전통과 현대의 공존 일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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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민 무용평론가] 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립무용단은 한국무용을 하는 국립 단체임에도 최근 몇 년간 동시대적인 창작 경향에 성공적으로 발맞춰 왔다. 동시대적인 창작 경향이라 함은 서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컨템포러리 댄스(Contemporary Dance)를 말한다. 주요 특징은 분야 간의 융복합을 꼽을 수 있다.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에서도 그러한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시간의 나이’는 작년 3월 국내 초연에 이어 6월 프랑스에 진출했으며 한층 완성도를 높여 지난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재연했다.
‘시간의 나이’는 착수 단계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무용을 하는 국립무용단이 프랑스 현대무용가 조세 몽탈보에게 안무를 의뢰했다는 것 자체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만남을 실현한 것이다. 무용과 음악, 영상, 컴퓨터그래픽, 조명의 상호작용도 두드러진다.
1장에서는 삼고무(三鼓舞)를 추는 여성무용수들이 심플한 원피스를 입고 리드미컬한 반주에 맞춰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 부채춤·살풀이·무당춤·태평무·소고춤·장고춤·처용무·한량무 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가 펼쳐진다. 음악은 흥과 멋이 물씬 나는 우리의 타악리듬에 정교한 화성과 서정적 선율의 현대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의상 또한 한복과 평상복을 넘어 무관복과 비키니가 마주할 정도다. 이를 통해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 서로 분리되거나 배척되는 요소가 아닌 하나의 연결선상에서 공존해야하는 요소임을 은유한다.
2장에서는 ‘하늘에서 본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영상이 주도한다. 갯벌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무리, 거대한 쓰레기산에 파묻힌 어린아이, 초고층 유리건물에 갇힌 현대인, 힘없이 녹아내리는 빙하, 수영장을 빽빽이 채운 인파가 영상으로 그려진다. 그럼으로써 인간의 오만, 탐욕, 무절제, 이기심이 우리의 지구를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 또 우리 스스로 어떻게 병들게 하는지를 자각하도록 이끈다
3장에 이르러서는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음악을 배경으로 대규모 무용수들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뿐 아니라 대중적인 춤, 유희적 몸짓, 일상적 행위를 넘나드는 움직임을 펼친다. 동양과 서양, 현대와 전통이 춤으로 하나 되는 피날레가 꽤 오랫동안 전개된다. 1장과 2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운이 빠진 듯한 3장이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선명한 메시지와 유연한 융복합으로 무장한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는 여러 분야가 주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한데 어우러지는 융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여기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무용과 영상 등은 상충이 아닌 공존의 이미지를 거뒀다. 이것이야말로 ‘시간의 나이’의 중심 주제, 즉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다양한 요소 간의 어우러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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