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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러시아 순방하던 두테르테 급거 귀국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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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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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8] 러시아를 순방중이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일정을 단축해 24일 급거 귀국했다.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반군단체 마우테가 필리핀 남부에 있는 인구 20여만 명 도시인 마라위를 사실상 점령하고 방화 등을 일삼는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자신의 영웅이라고 불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감히 발길을 돌리는 결정을 내렸다. 다행히 푸틴 대통령이 소식을 듣고 일정을 당겨 정상회담은 성사됐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음은 자국 테러 집단을 향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 출발 직전 전격 반군들이 공격한 도시가 있는 민다나오섬 전체에 계엄령을 선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계엄령 기간에 대해 "한 달 안에 끝나면 좋겠지만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번 기회에 반군을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는 "이번 계엄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시절의 계엄령과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나는 가혹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필리핀 남부에서 반란을 일으킨 반군조직 마우테는 마우테 형제단 그룹 혹은 ISIL(Islamic State in Lanao)로 불린다. 2013년까지만 해도 보잘것없는 필리핀 내 군소 테러조직이었지만 IS에 충성 맹세를 한 이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라나오델수르주에서 정부군과 이들의 총격전이 벌어진 후 필리핀 정보당국은 이들이 최신 화기를 사용하고 조직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전력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타임스도 "마우테의 군사적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인 다바오시에서 발생한 야시장 폭탄테러도 기획했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두테르테 대통령이 고향을 찾은 시점이어서, 이들이 대통령을 직접 노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마우테는 IS의 테러 행위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마우테가 차지한 지역에서는 어김없이 IS의 검은 깃발이 나부꼈다.

이번 계엄령을 불러일으킨 마우테의 마라위시 습격 과정에서도 이들이 점령한 시청·병원·교도소 등 주요 건물에 검은 깃발을 세우는 모습이 목격됐다. 마우테는 현재 적어도 100명의 무장 전사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의 리더는 오마르와 압둘라 마우테로 알려졌다.

마우테의 최근 행보 중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테러조직과 혈연관계를 통해 조직을 확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타임스는 "마우테 전사들이 최근 필리핀 반군의 대명사 격이었던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조직원 및 친척들과 결혼을 하며 혈연관계로 엮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필리핀 최대 반군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은 필리핀 정부와 평화협상 체결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두테르테 정부 들어서는 진척이 없다.

필리핀 테러조직을 이야기할 때 아부사야프도 빼놓을 수 없다. 아부사야프 역시 IS에 충성을 맹세한 테러조직으로,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 해상에서 국적을 불문하고 납치행위를 주로 벌이고 있다. 지난해 연말 한국인 선장이 아부사야프에 의해 납치되었고, 이들에 의해 억류됐던 독일인 관광객은 참수되기도 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필리핀 반군들의 근거지가 대부분 민다나오섬 일대라는 점이다. 민다나오 일대는 1970년대부터 기독교와 무슬림들 간 충돌 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지역으로, 필리핀 발전과정에서 소외되면서 반군들의 거점이 됐다.

민다나오주 관계자는 "민다나오가 반군들의 거점이 된 것은 이 지역의 불평등한 상황과 찌든 가난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민다나오에서는 국가 전체에서 소요되는 식량의 40% 이상을 공급하지만 전체 국가 예산 중 22%만 투자되고 있다"며 "이 같은 국가 내 차별적 상황이 사라지지 않고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필리핀 남부 반군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72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처음으로 계엄령을 발동했고, 2009년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이 정치 테러로 60명 가까이 숨진 남부 마긴다나오주에 계엄령을 선언한 바 있다.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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