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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비정규직 대변 노동회의소, 과연 실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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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공항을 빠져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정책 뒤집어보기-111] "비정규직 대변 기구인 노동회의소를 대통령 공약집에 넣는 것을 두고 막판까지 진통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에는 공약집에 포함됐다. 기존 노조에 포함되지 못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노동계 고위직 출신 인사)

문재인정부가 본격 출범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노동회의소 설립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노동회의소란 상공회의소와 같은 법정단체로 정규직·비정규직 등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근로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기존 노조는 회사별, 사업장 단위별로 노동자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는 결사체라면 노동회의소란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는 법정단체인 셈이다.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근로자에게 임금의 0.5% 정도를 걷는 정도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노동자가 십시일반 해서 기존 노조에 포함되지 않은 90% 노동자(주로 비정규직)를 대변하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만일 설립된다면 노동회의소는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등 근로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상담, 취업·전직 등 고용서비스 제공, 직업훈련·재교육, 산재보상·예방 등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는 오스트리아 모델을 본뜬 것인데 오스트리아 노동회의소는 실업자와 휴직자를 포함해 노동자와 소비자 약 320만명(전체 인구의 36%)을 대변한다. 정책 입안에 참여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정부는 상위 근로자를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내몰며 이들 기득권을 없애 확보한 재원을 하위 근로자에게 나누어주겠다는 프레임이었다"면서 "하지만 이번 정권에서는 우선 노동회의소를 설립해 하위 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먼저 개선한 후 이를 통해 양대노총에 양보를 권유하는 모델"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동회의소가 가장 주력할 분야는 임금 격차 해소일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이 100을 벌면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48을 받고 있는데, 임금이 절반 가까이 차이 나는 것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공정 임금을 내세우며 중소기업 재직자의 임금 수준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한 로드맵은 기본적으로 두 단계다.

우선 노동회의소를 정착시키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지역 거점별로 노동회의소를 설립하고 비정규직 등 사회적 근로약자 계층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또한 단위 사업장과 노동회의소를 잇기 위해서 '종업원 대표제'가 활성화된다. 종업원 대표제란 기존 근로자 대표제를 보다 확대 개편한 개념으로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정규직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사내하도급 특수형태근로자 등 종업원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표를 설립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 근로자 대표를 두어서 정리해고나 유연근무제 도입, 파견근로 허용 등 현안에 대해 사측과 협의해왔다"면서 "앞으로 이 같은 근로자 대표를 보다 상설화하고 임기 및 선출 방법을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해 노조가 없는 사업장도 근로자 대변기구를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것으로 공약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 단계는 노동회의소 정착 후 지역별·산업별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 모델이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광주형 일자리'다. 광주의 경우 현대·기아자동차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광주시가 직접 연봉 '4000만원' 수준의 적정 임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 평균연봉(1억원)의 40% 수준이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광주형 일자리를 보급해서 지역을 중심으로 정규직·비정규직 혹은 대기업·중소기업 재직자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 설립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도사릴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용득 의원 측에서 노동회의소 설립 주장을 하고 있지만 홍영표 의원 측에선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초선인 이 의원보다는 3선에 환경노동위원장 출신인 홍 의원이 당내 역학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노동회의소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대표성을 띨 수 있는 조직으로 변모할지 의문"이라면서 "또한 기존 비정규직 복지 사업 등과 업무가 중첩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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