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정제마진 줄고 경유값 인상 압박…정유업계 '긴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유차 퇴출 등 공약 실행될 경우 2030년까지 매출 6.3% 감소…비정유부문 수익성 강화로 '방어']

머니투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2분기 악재로 돌아설 수 있는 변수들이 많아지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의 경유값 인상 논의가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정제마진도 5달러대로 하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실적 척도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석유제품과 원유간 가격차로 얻는 수익)은 4월 평균 배럴당 6.7달러에서 5월 첫째주 5.8달러로 13% 하락했다가 넷째주 들어서며 6달러로 회복했다. 통상 정제마진이 1달러 하락하면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이 분기당 2500억원 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4~5달러 수준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유업계에선 변화를 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 3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정제마진이 1~2월 배럴당 6.7~6.9달러를 형성하다 5.8달러까지 하락하는 바람에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등이 석유부문 실적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특히 정제마진이 등락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정유업계의 중론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품가격보다 원유가격이 좀 더 올랐기 때문에 원유와 제품가격 간 차이가 줄었다"며 "마진이 악화되고 있긴 하지만 적자 수준이나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변수다. 미국과 사우디 주도 OPEC(석유수출국기구) 간의 원유 경쟁으로 올해 1분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평균 51~53달러 사이 박스권에서 움직이긴 했지만, 내년 3월까지의 감산 연장 여부가 변수다.

머니투데이

25일 열리는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시한이 내년 3월까지 연장돼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들어 정유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의 생산량에 따라 국제유가의 등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여 아직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추진하면서 최근 불거진 경유값 인상 논의도 정유사들에는 악재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석유제품(11억5467만배럴) 중 경유가 3억3852만배럴로 29.3%를 차지한다. 유종별 생산량 기준 1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유 값이 오르면 새 차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경유차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잠재적으로 경유 소비가 없어지기 때문에 실적에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2030년까지 장기적으로 경유차를 퇴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도 실적 악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수명(15년 기준)을 다한 경유 승용차를 강제 퇴출할 경우 2018년부터 2030년까지 총 917만대 차량이 없어지고 경유차 연료 소비량도 7281만배럴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2030년까지 매출 감소 규모는 국제유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6.3% 수준이다.

다만 정유사들의 체질 개선으로 정유부문에서의 실적 리스크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불안한 국제유가로 인해 정유사들이 약 5년 전부터 체질을 바꿔왔기 때문에 최근 불안요인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 1분기 영업이익(2조2679원) 중 49%를 비정유 부문에서 거둔 바 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