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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유령 도시가 돼버린 한국 자동차 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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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상하이 2017 전시장 외부 모습. (사진=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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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혹자는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들으며 에너지를 얻거나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며 자기만의 소중한 공간을 제공해주는 감성의 집약체로 느낀다.

한 대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기업이 협력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3만여 개다. 자동차는 범용 부품이 많아 여러 기업들이 상생하는 구조다. 제조사는 이들 기업의 원활하게 부품을 수급해주지 않으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또한 공장의 근로자들이 소비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주변 상권도 타격을 입는다.

오늘날 인류에게 있어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다면 중국, 미국, 일본, 독일, 인도, 한국, 멕시코 등 자동차 제조업으로 내수를 지탱하는 국가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자동차는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처럼 국가의 경제 발전과도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2016년 생산대수 기준으로 인도(약 449만대)가 한국(약 423만대)을 제치고 세계 5위에 올라섰을 때, 7위 멕시코(약 360만대)가 매년 성장하며 한국을 곧 추월하려고 하자 여론이 시끄러웠던 이유도 거기에 있다.

영국의 자동차 조사 전문기업인 ‘JATO Dynamics’가 2016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보다 5.6% 증가한 8,424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UV는 닛산의 X-rail/Rogue, C세그먼트는 도요타의 코롤라, B세그먼트는 폴크스바겐의 폴로, D세그먼트는 도요타의 캠리/Aurion 등이 치열한 경쟁 끝에 승리하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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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북적거리는 오토 상하이 2017의 메르데스-벤츠 부스. (사진=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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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부터 중국에서 2년마다 열리는 ‘오토 상하이(AUTO SHANGHAI)’는 2015년부터 상하이 국영전시컨벤션센터(National Exhibition and Convention Center)로 자리를 옮겼다. <오토 상하이 2015>는 2013년보다 14% 가까이 관람객이 증가하며 중국 최대의 모터쇼로 성장하고 있다. 당시 18개국에서 92만 8,000명의 방문객이 몰려왔다. 35만 제곱미터 규모의 공간에 승용차, 버스, 트럭, 승합차 등 전 세계 2,000개의 자동차 관련 기업이 1,343개의 자동차를 전시했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한바탕 최악의 홍역을 치른 폭스바겐그룹은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기업을 거뜬히 누르고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1위는 상하이 폭스바겐의 라비다이며 상위 100개 판매 브랜드 중에 4위 사지타 등 12개의 인기 모델로 총 234만 여대를 팔았다.

2017년 4월 100만 명이 몰려온 <오토 상하이 2017>에 참석했다. 전시된 차들을 모두 보기 위해 하루 12km 이상을 걸었다. NECC 안에서만 말이다. 현장을 취재하니 독일 자동차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은 더욱 커졌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된 중국은 2017년 올해 3,000만 대의 신차가 판매될 예정이다. 고급 자동차 기업들에게도 중국은 최대 시장이 됐다. 우리나라가 매년 180만 대 정도니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다. 그러나 이 기회는 한국이 아닌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등 독일 기업들이 움켜잡고 있다. 심지어 오토 상하이 2017에서는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으로 인해 행사장에서 한국 음악을 틀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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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상하이 2017의 현대자동차 부스에는 찾아오는 관람객을 목격하기 힘들었다. (사진=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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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상하이 2017의 현대자동차 부스에는 찾아오는 관람객을 목격하기 힘들었으나 벤츠, BMW, 아우디 등 중국 고급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독일 자동차 부스에는 중국인으로 가득했다. 기아자동차 부스에도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었다. 중국에서 1분기 판매량이 45%나 하락했다는 소식을 직접 목격하니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느껴졌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의 한국 자동차 부스를 보며 ‘유령도시(ghost town)’와 같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현대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이 중국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사드로 인한 반한 감정, SUV 인기의 증가에 걸맞은 라인업의 부족과 세단 중심의 라인업을 유지한 것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들이 일본의 토요타, 미국의 GM, 폭스바겐 그룹 등에 비해 축적된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액도 타사 대비 많지 않은 것이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 선 거시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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