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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정성희의 사회탐구]문재인 정부도 여성 찾아 헤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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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


“치마만 입었으면 잠잘 때도 휴대전화 켜놓아라.”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가 필사적으로 여성 장관을 찾는다고 하자 언제 연락이 올지 모르니 대비하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임기 내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고 30%부터 출발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여성계의 기대가 더없이 높다. 한마디로 여성계에선 장이 섰다.

여성 할당에 내각구성 지연

일단 여성 인재를 발탁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과 의지는 가상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를 인사수석비서관으로, 피우진 육군 예비역 중령을 보훈처장에 깜짝 발탁해 찬사를 받았다. 인사수석을 부활하고 그 자리에 여성을 앉힌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고질병인 수첩인사 밀실인사를 균형인사 시스템인사로 바꾸겠다는 선언이고, 군대 내 여성 인권을 위해 싸워온 피 보훈처장의 발탁은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여성 인재풀은 협소했다.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끝나 가는데도 장관 발표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여성 할당 30%’ 약속이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라는 소문이다. 의지가 있는 여성은 능력이 안 되고, 능력이 있는 여성은 검증 기준에 걸리고, 능력과 자격 둘 다 가진 여성은 의지가 없다.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여성 자신의 의지 부족이라는 연구와도 일치되는 대목이다.

그런 어려움 끝에 골라낸 인물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다. 비(非)고시 출신으로 외교부 순혈주의를 깰 적임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북핵 문제와 4강 외교에서의 경험 부족, 장녀의 위장전입과 미국 국적이라는 약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위장전입 사실을 미리 공개함으로써 국민과 언론의 협조를 구했지만 청문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적을 포기한 자녀를 둔 외교관에게 불이익을 주었음에 비추어, 이 문제에 대한 인사원칙을 정리하지 않으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한다 해도 “여성이니까 이 정도 흠결은 이해해 달라”는 식으로 ‘여성 카드’를 또 꺼내 들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여성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여성이 원하는 건 특혜가 아니라 공평한 기회다. 과거에도 많은 여성이 임명권자의 눈에 들었다거나 전문 분야에서 책임자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발탁됐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사례가 드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첩에서 나온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대통령 비서진은 성별 구분 없이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로 구성할 수 있지만 내각에 성별 대표성을 반영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다. 2016년도 한국 성격차지수는 116위로 갈 길이 멀다. 남녀 동수 내각을 발표한 직후 배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라고 대답한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짧은 대답이 많은 걸 설명해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각료 절반을 여성으로 채웠다.

“여자니까 봐달라” 안 통할 것

문 정부는 여성 장관 30%가 정말로 쉽지 않은 과제라는 걸 절감하며 집권당으로서의 무게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30%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물론 그 30%는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치마 입은 사람을 데려다 놨다고 균형 내각이 아니다. 능력 있고 흠결 없는 여성을 찾아내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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