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엘리자베스 선더스 교수는 리더의 경험이 집단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효과를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최근 미국 외교정책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사례인 1991년 걸프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의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비교 분석했다. 걸프전의 경우 주중 특사, 유엔 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외교적 경험이 풍부했던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발생한 반면, 이라크전은 외교정책 분야의 경험이 전무했던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일어났다.
분석 결과, 경험 많은 리더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참모를 효과적으로 감시하고 감독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함으로써 보고받는 정보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반면 경험이 부족했던 아들 부시 대통령은 참모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컸고 ‘권한 위임’을 많이 하다 보니 통제가 제대로 안 돼 질 낮은 정보를 보고받는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실제 위험도나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지며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확실해 보이는’ 정책만을 선호하다 보니 다양한 의견이 집단 내에서 도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다. 두 전쟁에 참여했던 참모진은 거의 비슷했지만 리더의 경험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셈이다.
이 연구는 아무리 참모들이 훌륭해도 노련하고 현명한 리더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경험이 부족한 리더들은 확실한 선택지만을 선호하는 경향을 버려야만 경험이 많은 참모진을 제대로 통제하고 활용할 수 있다.
김현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fh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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