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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광화문광장-조우호 덕성여대 독어독문과 교수]진보·보수·중도가 가지는 절반의 성공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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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진보의 승리다. 하지만 절반의 승리라 할 수 있다. 보수와 중도는 패했지만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을 다시 분석해보자.

이번 대선에서 3등까지 득표한 주자들의 득표율을 보면 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로 집계됐다. 진보와 보수 그리고 중도 진영이 3위까지 차지한 셈이다. 문재인 후보가 두드러진 표차로 1위를 차지했고,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최근 80%를 넘었다는 보도를 보면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실제로 지지자들이 그만큼 증가한 것일까?

대통령이 차지한 41%의 득표는 지난 18대 대선의 득표율 48%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하락했다. 물론 당시의 양자 대결과 이번의 다자 대결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 전 더불어민주당은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과반 이상의 표를 달라고 호소한 만큼 내심 최소한 18대 대선의 성적이나 아니면 그 이상을 기대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대선 득표와 정치적 지지자 비율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그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한국갤럽이 주요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기 직전인 3월 4주에 발표한 대선 후보 지지율을 보면, 대략 문재인 31%, 안철수 10%, 홍준표 6%를 보였다. 하지만 대선 후보가 결정된 직후인 4월 1주 지지율을 보면 각각 38%, 35%, 7% 등으로 조사됐다. 후보들의 표가 정치 바람을 타고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다. 이 점은 작년의 조사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하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의 알앤써치의 조사를 보면 안철수는 8~11% 사이를 일정하게 오르내렸고, 문재인은 18~24%에서 머물렀다. 평균으로 말하자면 안 후보는 10%에 미치지 못하고, 문 후보는 2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것은 두 후보 모두 이후 대선 득표율의 절반 정도의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대선 득표와 정치적 지지자 비율과의 일정한 상관성을 읽을 수 있다. 즉 대선의 득표율이 전부 정치적 지지자들의 표가 아니라, 그 중 절반 정도만이 신념에 따른 지지자라 할 수 있고, 나머지 절반은 상황에 따른 일시적 지지자들이라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 절반은 상황의 변화나 정치 바람에 따라 여기저기로 몰려다닌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진성 지지자들은 약 20% 남짓,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 진짜 중도 성향은 10%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보수 진영의 경우 탄핵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판단하기가 어렵지만, 홍준표 후보의 표에서 신념적 보수의 지지자들은 여전히 최소 10% 이상은 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여기다 유승민 후보 득표의 절반 정도까지 합치면 15% 이상은 넘을 것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진보 진영이 다수 집단이 된 것은 확실하지만, 18대 대선과 비교할 때 신념적 지지자들의 확장은 생각만큼 크지 않거나 큰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절반의 성공이다. 향후 지지자들의 확장은 대통령의 역량에 달려있다. 만약 이들을 30% 이상으로 늘린다면 진보 정권은 롱런할 것이다.

득표와 지지자 사이의 절반의 법칙으로 본다면 안철수 후보가 표방한 중도 진영이 정권 창출에는 실패했지만 안 후보는 가장 큰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 보수와 진보 중심의 정치 지형도에서 신념적 지지층으로는 거의 전무했던 중도의 지지자들이 10%나 생겼기 때문이다. 안 후보 진영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이런 신념적 중도 지지자들을 최소한 2배로 늘리는 것이 그 전제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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