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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두 번째 파장 예고한 '알파고 2.0', 이세돌과 대국 이후 14개월 동안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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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결'로 큰 주목을 받은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한 단계 진화해 다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엔 중국이다.

알파고 개발사인 구글 딥마인드는 5월 23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우전 컨벤션센터에서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을 개최한다. 이번 행사에서 알파고는 커제 9단을 비롯해 구리 9단, 롄샤오 8단 등 중국 최정상 기사들과 바둑 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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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23일과 25일, 27일 세 차례에 걸쳐 커제 9단과 일대일 대국을 펼친다. 26일에는 알파고와 기사가 팀을 이뤄 번갈아가며 수를 두는 복식전, 9단 기사 5명이 상의해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가 열린다.

알파고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14개월 만이지만, 딥마인드는 그동안 알파고를 온라인 바둑 플랫폼에서 꾸준히 훈련시켰다. 알파고는 온라인상에서 '마스터(Master)'라는 이름의 계정으로 활동하면서 프로 기사들과 대국을 펼쳐 연전연승을 기록했다. 마스터는 총 60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고, 여기에는 커제 9단과의 대결에서 거둔 3승도 포함돼 있다.

딥마인드에 따르면, 새로운 '알파고 2.0'은 마스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버전이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올해 1월 독일 강연에서 '알파고의 두 번째 버전은 인간의 기보를 참고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의 첫 번째 버전이 과거 정상급 바둑 기사들이 둔 16만건의 기보를 바탕으로 완벽에 가까운 수를 찾아냈다면, 알파고 2.0은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창조적인 수를 둘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구글이 최근 몇 년에 걸쳐 발전시킨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도 힘을 보탰다.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에 TPU(Tensor Processing Unit)이라는 기술을 도입해 대규모 머신러닝 처리 작업의 효율을 향상시켰다. 1세대 알파고는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슈퍼컴퓨터에서 동작했다. 구글에 따르면, 알파고 2.0은 TPU 기술을 기반으로 더 적은 수의 CPU와 GPU로도 1세대를 뛰어넘는 학습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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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해진 알파고의 등장이 예고되는 만큼 인간의 승리를 낙관하는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과 중국 대부분의 프로 바둑 기사는 알파고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했다. 구리 9단도 현지 매체와의 한 인터뷰에서 "커제 9단이 알파고를 이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커제 9단의 승률을 10%로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중국의 기성으로 불리는 녜웨이핑 9단도 '커제 9단이 한 판이라도 이길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며 알파고가 실수라도 저지르지 않는 이상 커제 9단이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면서 바둑이 쇠락의 길을 걸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알파고의 승리는 오히려 인간 바둑 기사들이 더 창의적인 전략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며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인간 바둑 기사와 인공지능 알파고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리는 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딥마인드는 행사 기간 '인공지능의 미래'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딥마인드는 포럼에서 여러 구글 서비스에 활용돼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일을 현실로 만드는 머신러닝 기술을 집중 조명할 예정이다. 또 알파고에 사용된 머신러닝 기술이 에너지 절약, 의료 진단,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부문에서 어떻게 인류에게 닥친 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IT조선 노동균 기자 safero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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