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10년 만에 클라크 매출 7억 달러
간섭 없이 현지인에게 믿고 맡겨
19세에 모자 사업, 세계 시장 석권
버스·차 판매사업도 진출해 성공
“미국보다 비싼 인건비 구조 문제”
30개 해외 법인의 위치와 사업 내용을 적어넣은 흑백 세계지도를 소개하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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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이던 59년 서울 청계천에서 영안모자점을 차린 백 회장. 연간 1억개가 넘는 모자를 팔아 2억7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모자왕’으로 불린다. 그는 지게차, 버스, 자동차 판매사업에 잇따라 진출해 성공방정식을 보여줬다.
백 회장을 만나 52년의 세계화 노하우를 들었다.
Q : 영안모자는 그룹 대신 계열이라는 명칭을 쓴다.
A : “직원들이 영안모자 그룹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혼난다. 그룹을 붙이면 겉멋이 들더라. 우리가 해외에서 모자 만들어 한국에 안 파는 이유가 있다. 영세한 모자업체가 다 죽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대로 세계시장에서 할 일이 많다.”
Q : 클라크를 인수했을 땐 고생했을 것 같다.
A : “그땐 만신창이였다. 전 주인이 건물을 다 팔아먹고 창고 2개 빌려서 부품 재고만 놔뒀더라. 창원 클라크를 갖고 있던 산업은행이 주선해서 750만 달러에 샀지만 암담했다. 이란에 몰래 기계를 판 부사장 때문에 소송비로 370만 달러를 쓰는 등 사업과 관계없는 돈도 많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점유율 80%였던 원조회사가 주인 잘못 만나 엉망이었다. 현재 1만5000대 정도 팔아 7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2025년엔 3만대를 팔 수 있을 거다. 틈새시장 진출용으로 소형 딜리버리 트럭(0.8∼1.2t)을 개발 중이다. 2025년까지 이걸 4만대 팔면 총7만대 생산하게 된다. 매출 15억 달러는 무난할 전망이다.”
Q : 멕시코 공장을 닫고 미국으로 이전해 합쳤다.
A : “2011년 3월 클라크 멕시코 공장을 설립했는데 영 전망이 안 좋았다. 고심 끝에 2016년 5월까지 멕시코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했다. 미국 렉싱턴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체제를 정비해 다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그랬더니 미국 정치인들이 클라크 회생 스토리를 롤모델로 삼더라. 제조업이 망하면 회생시키기 힘들다. 그래서 미국 정치인에게 제조업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Q : 클라크 본사에 한국인이 안 보인다.
A : “내 원칙은 현지인에게 모두 맡기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성공하려면 그 지역문화를 아는 사람을 교육시켜서 맡겨야 한다. 한국인이 주인이랍시고 현지에서 으스대면 일이 안 돌아간다. 대신 세 가지를 강조한다. ‘허위 보고 하지 말라, 비자금 만들지 말라, 정리정돈 잘하자’이다. 우리 회사에서 실수했다고 쫓겨나는 사람은 없다. 오래 같이 가는 게 원칙이다.”
Q : 클라크 미국 공장의 생산성은 어떤가. 인건비가 비싸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다.
A : “전혀 그렇지 않다. 전 세계 영안모자 계열 근로자의 임금을 비교해봤더니 한국 인건비가 가장 비쌌다. 창원 클라크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연봉을 100으로 봤을 때 미국은 70%에 불과하다. 중국은 18%다. 이게 다 3∼4%의 귀족노조 때문이다. 하도급, 비정규직 등 4명의 고혈을 짜내 귀족노조 정규직 한 명을 잘 살게 만드는 구조다. 조만간 중국이 조선과 중공업, 자동차까지 싹 쓸어담으면 어떻게 할 건가.”
Q : 앞으로 계획은.
A : “영안모자 창립 60주년이 되는 2019년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날 계획이다.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외 중소기업에 컨설팅해주는 일을 할 계획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조금만 신경 쓰면 바닥을 치고 살아날 기업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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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학 회장은
1940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태어나 해방 후 고향인 평북 철산으로 이주했다. 한국전쟁 당시 단신으로 월남한 백성학 회장은 19살이던 1959년 서울 청계천에서 영안모자점을 창업했다. 그 후 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세를 키워 현재 모자·지게차·방송·버스사업 등으로 국내외에서 연간 23억7000만 달러(약 2조6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심재우 기자 shim.jae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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