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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부부싸움 중 아이의 불안한 눈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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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싸운 거 아냐, 엄마 아빠가 미안해"

[연재] 정가영의 MOM대로 육아

연애 만 5년, 결혼 1년. “아이 없이도 참 행복하다”며 부부 만의 시간을 잘 보냈다. 다툴 일도 없었다. 조금 이상 기류가 감지되면 오붓하게 술 한 잔 먹으면서 풀면 그만이니까. 결혼은 참 좋구나, 둘이라서 또 좋구나.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상황이 달라졌다. 나와 남편 모두 많이 예민해졌다. 하루 종일 말도 안 통하는 애와 단 둘이 독박육아에 헤매던 나와, 하루 종일 묵묵히 일하고 돌아온 남편. 우리 둘 모두 퇴근(회사 퇴근, 육아 퇴근)을 꿈꿨지만, 현실은 2인 1조 육아 불침번을 서며 새벽 내내 우는 아이를 달래고 밤잠을 설쳤다. 남편은 쉬지도 못하고 출근했고 홀로 남은 난 다시 나 홀로 육아를 이어갔다. 잠을 못자니 예민 또 예민. 말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아기가 우는데 그냥 젖 물리면 안 돼? 배고파서 울잖아.”
“젖 물리란 소리 좀 그만해! 밤중수유 끊으려고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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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참 행복해하는 아이. 그런 아이 앞에서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하며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정가영


회사에 복직 후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부부싸움이 시작됐다. 양보다 질이라고 했던가? 싸우는 횟수는 적었지만, 한 번 싸우면 서로의 마음을 참 많이도 할퀴었다. 언성을 높이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들을 마구 쏟아냈다. 이토록 사소한 일이 싸움의 원인이 될 수 있나? 될 수 있었다. 네 말이 맞냐, 누구 말이 맞냐 물고 물리는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엄마, 아빠 사이에 멀뚱히 서 있는 아이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이의 얼굴엔 물음표가 가득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퇴근한 엄마, 아빠를 보고 신나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춤을 추던 아이였는데, 해맑게 웃던 아이였는데…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이는 서로 자기 말이 맞다며 싸우는 우리를 번갈아 바라봤다. 인상을 쓰는 아빠의 모습을, 눈을 부릅 뜬 엄마의 모습을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싸운 그날 밤, 아이는 참 조용히도 잠을 청했다. 평소 같으면 방안을 휘젓고 다니며 잤을 것이다. 엄마 얼굴에 자기 엉덩이를 들이밀었다가 엄마, 아빠 사이에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을 텐데, 엄마 아빠의 냉기류를 알아챘는지 자기 자리에서 아무 미동도 없이 그렇게 잠이 들었다. 우리 부부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아이는 엄마, 아빠가 서로를 안아주는 모습을 참 좋아했다. 엄마, 아빠가 서로를 안고 있으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셋이 꼬옥 안은 뒤 깔깔거리며 웃었다. 우리는 아이를 위해 헌신하고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행동해왔지만 정작 아이가 정말 바라는 사소한 부분들을 잊고 지냈는지도 모른다. 아이는 그저 엄마, 아빠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건강하게 자라나는 작은 새싹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장 중요한 걸 잊은 채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미련하게도 좋은 부모가 되고자 했었다.

새싹이 쑥쑥 자라나게 듬뿍 물을 주듯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사랑을 많이 줘야할 것 같다. 사랑을 주는 방법 중의 가장 중요한 건 엄마, 아빠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 아이를 보며 또 깨닫고 깨닫는다. 미안해 아들, 그리고 미안해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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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품에 안겨 잠이 든 아이를 바라보면 미안하고 짠한 마음이 밀려온다. ⓒ정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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