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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공무원이 뭐 길래…죽음으로 내몰린 ‘헬조선’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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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혜정 인턴기자]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취업의 문은 좁다. 대학을 졸업해도 제때 직장을 구하는 것은 소수의 이야기다. 출신 학교도, 스펙도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선발되는 공무원 시험에 응시생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른 상상을 초월하는 경쟁 역시 이미 놀랄 일도 아니다. 바늘구멍만큼이나 작은 합격률에 대한민국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지난 8일 치러진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 17만2000여명이 응시했다. 이는 역대 최고의 경쟁률이다. 35대 1의 높은 경쟁률 속에 치러진 올해 시험에서 공무원이 되는 응시자는 4910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응시생의 2.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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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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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공무원이 되는 것이 ‘가문의 영광’인 셈이다. 낙방한 나머지 97%의 공시생은 어김없이 내년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내년 시험에도 붙게 될 보장은 없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공시생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에서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A(25) 씨가 어머니의 승용차를 타고 고향인 경북 구미로 돌아가던 중 옥천 휴게소 화장실에서 목을 맨 사건이 보도됐다.

A 씨는 지난달 18일 치러진 2017년 제1차 경찰 공무원(순경) 채용 필기시험에서 떨어진 뒤 낙담해 자살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찰 공무원 필기시험의 합격자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공원에서는 B 씨(32)가 나무에 목을 맨 것을 산책 중이던 시민이 발견했다.

B 씨와 함께 발견된 가방에서는 경찰 공무원 시험 문제집과 유서가 적힌 수첩이 있었다. 유서에는 “부모님께 죄송하다. 더는 살아갈 힘이 없다. 계속된 실패로 절망을 느낀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지난 3월 20일에는 전북 전주의 한 고시원에서 공시생 C 씨(30)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고시원 관리인이 발견했다.

C 씨의 휴대전화에는 발송되지 않은 “엄마 미안해”라는 문자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당시 C 씨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고 해당 고시원에서 1~2년 동안 수험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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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노량진 고시촌, 비좁은 공간에서 수년째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 준비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대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고시생은 23만 7000명에 달한다.

해마다 많아지는 지원자와 높아지는 경쟁률로 시험에 낙방한 공시생들은 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감에 시달린다. 이런 팍팍한 사회가 결국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홍창형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오랜 수험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면서 “증세가 심할 때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을 찾아 도움을 방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스스로 자신과 가족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내몰리는 자살’을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oon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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