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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젠 당당한 산업 `EDM` 수입 700억원 DJ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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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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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인사이드-81]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개그맨 박명수 씨가 '무한도전'에서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을 습득하고 작곡하고 공연할 때만 해도요. 요즘엔 추가로 편곡하고 작곡하고 자신의 곡을 퍼뜨리기까지…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참, 열심히 산다' 정도로 흘려 넘겼지요. 그냥 저것도 무도의 기획 일환으로 생각했고요.

그런데 이 시장 자체가 요즘 예사롭지 않습니다. 'EDM 공장장'을 자처하는 그는 클럽 음악은 물론 음원 시장, 관련 페스티벌 등에서도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단 박명수 씨만 그러는 게 아닙니다. B.A.P 등 아이돌도 이 영역에 주목하고 공연을 통해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매달 수십 개의 국내 페스티벌 보도자료가 쏟아지는데 수년 전부터 세계적인 EDM 페스티벌 보도자료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이하 월디페)을 필두로 하이네켄프레젠트 스타디움, 월드 클럽 돔 등 대형 EDM페스티벌이 연달아 개최 발표를 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요.

특히 2007년 1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마니아들 사이에선 성지처럼 여겨지는 행사가 됐습니다. 5월인데 벌써 사전 예매로 내놓은 티켓 1000장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답니다. 주변에서 '월디페가 서울에서 다시 개최되는데 표를 못 구해 걱정이다' '이번엔 5만명 이상 올 것' 등등 각종 기대에 찬 얘기들로 SNS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지요.

이쯤 되면'EDM 공장장' 박명수 씨는 천재가 아닌가 싶기도. 성장하는 산업동향을 읽고 연예인 인생 2막을 이곳에 집중하는 영리한 전략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덕분에 박명수 씨도 EDM도 동반 유명해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임진모 문화평론가는 한 프로그램에 나와서 "EDM이라는 용어를 편하게 쓰는 이유가 박명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방송을 통해 그 용어를 소개하며 대중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지요.

재밌는 건 EDM을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한 경영컨설팅 회사가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분석하고 있었는데요. 토종 경영컨설팅 회사 네모파트너즈가 그 주인공입니다.

네모파트너즈 자료에 따르면 EDM의 세계 시장 규모는 놀라웠습니다. 2012년만 해도 45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원 시장이었는데 2015년엔 71억달러, 약 8조원 시장으로 훌쩍 컸답니다. (IMS(International Music Summit, 국제음악정상 자료).

해외에서 잘나가는 DJ의 수입은 얼마 정도일까요? 데일리메일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연간 수입 1위는 켈빈 해리스로 총수입은 6300만달러(약 700억원)에 달합니다. 2위는 3800만달러(약 422억원)를 손에 쥔 네덜란드 DJ 티에스토, 3위는 프랑스 출신의 아티스트 겸 DJ 데이비드 게타(2800만달러), 4위는 러시아 DJ 제드, 5위는 배우 데본 아오키의 오빠로도 유명한 스티브 아오키였습니다. 국내에선 DJ SODA가 업계 추산 30억원 이상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국내 시장도 서서히 대형 행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2012년 개최한 UMF Korea의 관객 수가 개최 1년 만에 100%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지요. 이후 2014년부터 3만명 이상 관객을 수용하는 하이네켄(Heineken), 워터밤(Water Bomb) 등 대규모 EDM 페스티벌이 신설됐을 정도로 대형 행사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런 붐을 타고 국내 대형엔터테인먼트 회사도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YG엔터가 'UMF코리아 2016' 제작 투자에 참여하고, SM의 경우 자체적으로 'Spectrum Dance Music Festival'을 제작해 국내 EDM 시장 성장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EDM이 점차 산업화되고 있음을 감지한 김도현 네모파트너즈 상무의 설명입니다.

김 상무는 "국내 공연 시장에서 EDM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나, 향후 국내 EDM 시장은 지속적인 관객 수요 증가에 의해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좀 더 자세히 EDM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의 주관사 비이피씨탄젠트(BEPCTANGENT) 분들과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참여자로는 비이피씨탄젠트의 김은성 대표, 프로덕션팀의 김철환 감독, 기획 4팀의 김지은 팀장과 김민지 사원이 나와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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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EDM 시장의 효시라고 볼 수있는 행사나 사건은 언제부터일까요?

▷김철환 감독=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댄스뮤직(Dance Music) 페스티벌 단위로 봤을 때 2007년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시작한 서울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국내 EDM 시장의 효시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 최초로 댄스뮤직을 전면에 세운 음악 축제로 지금까지 11년째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본격 성장한 계기 혹은 사건이 있다면?

▷김은성 대표='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이 우회적으로 국내 시장의 성장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강남스타일'이 EDM장르가 반영된 노래인데요, 기존 EDM음악이 클럽에서만 듣는 음악에서 일상에서 들어줄 만한 음악이 되기에 충분히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각인돼 성장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브랜드 축제의 국내 개최나 EDM장르 축제가 점점 많아지는 것은 표면적으로 나오는 현상일 뿐인 듯 합니다. 실제로 현장에 2만명 이상 관객이 되지 않기에 성장에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앞서 말한 성장계기의 영향을 받게 된 측면이 큰 것 같습니다.

▷김지은 팀장=저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이 국내 EDM에 대한 관심을 상승시켰고, 이후 박명수 등 연예인들의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DJ 활동의 계기가 돼 소수의 마니아층만 존재하던 EDM이라는 장르가 대중이 듣는 장르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SNS의 활성화로(페이스북의 EDM 및 페스티벌 관련 페이지들 등), 과거에 비해 해외의 EDM 콘텐츠를 국내에서 간접적으로 체험이 가능하게 됐고, 이로 인한 국내 팬들의 EDM 음악, 오프라인 콘텐츠 수요가 증가했어요. 이에 맞물려 EDM 팬들이 실제로 찾아가서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WDJF, UMF,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등등)의 숫자가 늘어나다 보니 미디어와 오프라인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전체적인 시장 활성화가 이루어 졌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EDM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유는?

▷김철환 감독=해외 EDM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국내 EDM 시장도 성장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국내 EDM 시장의 경우 대중문화로 끌어올려줄 스타의 부재로 대중문화로까지 인정받지 못해 자연히 소비하는 시장이 미미합니다. 근래 방송 프로그램에서 기존 연예인이 DJ를 하는 모습이 간간이 보이지만, 진정성을 인정받아 아티스트로 대우를 받는 사람은 역시 몇 안 되는 실정입니다.

▷김민지 사원=김 감독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전보다 댄스 뮤직 신이 언더그라운드의 마니아 문화에서 조금 보편화된 것 같긴 해요. 그리고 지금 국내 EDM 시장은 확실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듯 하고요. 하지만 많은 페스티벌과 이벤트들이 생겨나고 있으나(동시에 없어지기도 하고) 이 성장세 이상으로 가기 위한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앞으로 국내 EDM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고, 이에 따라 홍보나 광고하려는 기업들에겐 어떤 전략을 펼쳐야 효과적으로 윈윈할 수 있을까요?

▷김은성 대표=단순한 페스티벌, 이벤트가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쇼로서 음악과 함께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내 EDM 시장은 철저히 해외 아티스트 라인업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탈피해 자체적인 테마와 콘셉트, 콘텐츠가 뚜렷한 색깔을 지니어 관객들이 '아티스트'를 지워도 브랜드 그 자체를 즐길 수 있고 존경할 수 있도록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봅니다.

▷김철환 감독=외국 사례를 들기 전에 현재 국내 EDM 시장 대부분의 곡들이 해외 아티스트의 곡인 상황입니다. 해외 아티스트에 대한 콘텐츠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EDM 시장이 성장해 봐야 성장 대부분의 과실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입니다. 외국의 경우 EDM 문화가 대중문화로 인식돼 있어 가능한 일일 수 있지만, 자국 내의 역사적인 주요이벤트를 국가 기관과 함께 진행하거나, 세계적인 공중파 방송에서 DJ의 공연 모습을 라이브로 중계합니다. 결론적으로 대중문화화를 위한 국내 아티스트의 성장이 필수적입니다. 다행인 건 국내 EDM 시장에서도 점점 프로듀싱을 하여 자신의 곡을 만들어 내는 DJ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이 성장하기에 시장에서 소비될 콘텐츠를 생산해 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 EDM 시장이 당연한 일을 시작하는 단계이기에 늦은감이 있어요. 그래도 현재 방향은 어느 정도 맞는다고 봐요.

▷김지은 팀장=저도 EDM 시장의 대중문화화를 위한 국내 아티스트의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현재 K팝 아티스트들이 해외 글로벌 EDM 아티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사례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반대의 경우로 해외 아티스트들이 국내 EDM 아티스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는 사례도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은성 대표=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프로젝트 명칭은 공개할 수 없지만, 컨벤션 분야부터 동계올림픽 프로젝트까지 소비자들과 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행사들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올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첫해인 만큼 기존의 아쉬웠던 점들을 보강하고, 장점은 더욱 더 부각시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등 기존에 진행해오던 페스티벌들 역시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축제 경험이 될 수 있도록 기획자들 모두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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