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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마리나베이뷰 바라다보며 한끼에 30만원 `한번 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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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부부의 수상한 여행-27] "또 한명이 이렇게 가는구나..."

"그러네 오빠… 왜 저랬을까…."

이게 무슨 대화냐고? 얼마 전 같이 뉴스를 보다 어떤 연예인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말실수를 해 난리난 뒤 한 대화의 일부다. 이렇게 와이프와 나는 SNS에 쓸데없는 말을 써서 한 방에 '훅'가는 사람들을 보면 이런 식의 정형화된 대화를 주고받곤 한다.

"SNS는 뭐다?"

"인생의 낭비라고 알렉산더 퍼거슨 경이 말하다."

그러면서 죽이 잘 맞는다고 좋아한다. 하하. 대선을 앞둔 요즘에는 뉴스를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한데 요즘 그녀는 주로 "대선 때는 멀쩡한 사람도 (정신이) 약간 간다"고 말한 이해찬 옹의 명언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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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때만 되면 머리가 이상해지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말. 선거철 명언 톱3 예상해 본다.


싱가포르에서 맛있는 칠리크랩을 먹었던 기억과 함께 이런 장면이 떠올라서 웃었다. 여행만 가면 "여기를 언제 또 와 보겠어"라면서 살짝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결혼하고 보니 내가 은근 그런 기분 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주로 '여길 왔으면 이건 꼭 먹어봐야지' 하는 스타일이랄까.

"나는 여행가서도 특히 돈 쓸 때는 상당히 냉정함을 유지하는데 오빠는 너무 심해."

"맞아, 그런 거 같아."

이번 싱가포르 여행은 와이프가 내게 계획을 위임한 관계로 정말 문자 그대로 모든 결정을 내가 했고, 우리의 칠리크랩도 '싱가포르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로망과 결부해서 아주 비싸고 좋은 데서 먹게 됐다.

마리나베이샌즈를 가장 좋은 뷰에서 바라보고 정말 좋은 식당에서 엄청 분위기 좋게 저녁 한 끼에 거하게 돈 쓰고 싶은 분이라면 우리 부부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오면 될 것이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나와 호숫가를 따라 좌측으로 빙 돌기 시작하면 식당가가 몰려있는 번화가가 나온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곳이 이곳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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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호텔을 배경으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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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거리만 걸어도 좀 묘한 것 같지 않아, 오빠?"

"왜?"

"여기 사람들 생김새는 아시아인이라 매우 익숙한데, 표정이나 행동 양식을 보다 보면 아시아문화보다는 약간 서양에 가깝다고나 할까… 여기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데 그것도 좀 생소하고…."

"미국드라마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긴 하지. (웃음)"

"어제 틀었던 TV 기억나? 시트콤에 아랍계, 아시아계, 인도계 사람들이 정말 다 같이 출연해서 뭔가 신기했어. 진짜 코즈모폴리턴들의 나라 같은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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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튼 하우스 근처 정원.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길을 걸으니 영화 '아바타'에서 본 듯한 조형물이 인상적이었던 풀러튼 하우스(Fullerton House)에 이르렀다. 풀러튼 하우스는 풀러튼 헤리티지에 속하는 건물 중 하나다. 풀러튼 호텔, 풀러튼 베이, 풀러튼 베이 호텔, 풀러튼 워터보트 하우스 이렇게… 루프톱에는 클럽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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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호텔이 한눈에 보이는 레스토랑.


우리 부부가 칠리크랩을 먹으러 간 곳은 근처에 위치한 '징(Jing) 시푸드 하우스'였다. 참고로 말하면 싱가포르에서 가장 잘나가는 칠리크랩 프랜차이즈는 '점보 시푸드'라고 하는데, 그 좁은 싱가포르 안에 지점만 여섯 군데고, 일평균 손님이 400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칠리크랩류 요리는 대부분 '시가' 기준이라 1㎏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에서 왔다 갔다 하는 편이고 게 종류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처음 레스토랑 좌석에 앉으면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땅콩류를 비롯해서 물티슈와 피클 등이 나오는데 모두 유료다. 필요하지 않으면 미리 말해서 가져가라고 하면 된다는데, 우리는 주는 대로 다 먹었다.

요리가 나오기 전에 마리나베이샌즈를 감상할 겸 수박주스와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가격은 타이거 맥주 15.5SGD(싱가포르달러·약 1만2000원)이고 수박주스는 9.8SGD(약 8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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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 톡톡 씹히는 맛있는 해산물 볶음밥.


손 씻을 물이 담긴 그릇이 나오고 해가 지자 푸르스름해지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의 저녁 풍경이 보였다. 이어 샤오롱바오를 주문했다. 22.0SGD, 1만8000원 정도. 밥이 필요하니 볶음밥도 같이 시켰다. 해산물 볶음밥인데 이 밥만 52SGD, 우리 돈으로 4만원 정도다.

"비싸긴 한데 맛은 좋네요."

"지금 아니면 언제 먹겠어.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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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요리인 칠리크랩. 맛난 만큼 참으로 비싸다.


그리고 대망의 메인 요리인 칠리크랩이 나왔다. 아마 한국사람 치고 이거 맛 없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주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무게도 1㎏이 넘는 1.3㎏짜리 대왕 크랩이었다. 가격이 13만원 정도 했다는 것만 빼면….

젓가락도 쓰지않고 손으로 게를 들고 살을 발라 먹고 있는데 밤 시간이 무르익으니 건너편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레이저쇼를 시작했다. 레이저가 한눈에 보이는 완전 한가운데 건너편 최고의 뷰 자리다. 위치는 정말 여기가 '갑(甲)'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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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시간이 무르익으니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레이저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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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허니문(?) 기간이 끝나고 영수증을 받아 들자, 부가세 7%에 봉사세 10%가 자동으로 붙어서 우리는 한 끼에 참 큰돈을 쓰고 말았다….

"아… 부가세랑 봉사세가 따로 붙는구나. 몰랐네…."

"아니, 오빠 어떻게 이런 데를 예약할 생각을 했어요?"

"왜 그래 너도 맛있게 먹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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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싹싹 남김 없이 먹은 칠리크랩.


와이프가 구박 아닌 구박을 하는데 이렇게 받아치니 '그래도 한 끼에 30만원 가까이 쓴 건 너무하지 않냐'고 폭풍 갈굼이 시작되고, 계속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창을 설교하다가 "그래, 생각해보면 정말 어쩌다 한번인데 너무 뭐라고 한 것 같아서 미안"이라고 말하면서 뜨거웠던 오늘의 호사놀이는 이것으로 종료. 부부가 동시에 부른 배를 움켜쥐고 뒤뚱거리면서 숙소로 들어왔다.

그녀가 지적했듯이 우리 인생 여행의 온갖 선택지 중에서 항상 최상의 것들만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언제나 '가성비'와 '호사' 사이를 애처롭게 왔다 갔다 하는 어쩔 수 없는 우리네 평범한 여행자 되시겠다.

[MayToAugust부부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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