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외교 국방 정보의 수장이 최초로 합동성명을 통해 북핵 문제를 ‘외교정책 1순위’로 규정한 의미는 작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29일)을 앞두고 강경한 대북정책이 나온 것은 4년 임기 내 북한이 미국 본토를 칠 핵무기를 완성할 가능성이 목전에 다가왔다는 뜻이다.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이날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에디슨이 1000번의 실패를 거쳐 전구를 발명했듯이 김정은도 언젠가는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 같은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와 미중관계 변화를 최대한 활용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절체절명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독일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6일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고집했으나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김정은이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크게 훼손하고, 한국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불러와 중국의 국가 이익에 해를 미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 중국에 강온 양면의 압박을 가할 것이다.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중국 역시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 아닌 전략적 부담으로 달리 봐야 한다. 중국이 미국과 북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이익일지, 전략적 셈법을 바꿀 때가 지금이다.
11일 뒤 들어설 차기 한국 정부도 미중 관계의 변화 흐름을 면밀히 읽고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대중 압박과 어긋나 모처럼의 기회를 날린다면 한국이 북핵의 인질로 사는 굴종의 시대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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