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교육보다 현장 체험이 중요”… 에버랜드 등 안전체험관 인기
건물붕괴 현장서 생존신호 연습 등… 생활밀착형 체험관으로 진화
19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레니의 안전체험관’에서 본보 기자가 어린이들과 함께 규모 7.0의 지진을 체험하며 대피 요령을 배우고 있다. 삼성물산 제공 |
“불이야!”
19일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초등학생 20여 명이 “불이 났다”고 외친 뒤 휴지와 손수건으로 입, 코를 막았다. 이어 몸을 숙여 연기로 자욱한 통로 벽을 더듬으며 걸었다. 비상구 표시등을 따라 침착하게 탈출한 어린이들은 “다행이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곳은 3월 30일 에버랜드에 문을 연 ‘레니의 안전체험관’. 놀이공원에 대규모 안전체험 시설이 들어선 건 이곳이 처음이다. 27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안전체험관은 155개. 세월호 참사와 경북 경주 지진 등으로 자연·사회재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안전체험 시설이 늘고 있다. 책과 동영상으로 이론을 배우는 것보다 몸소 체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 운영 중인 안전체험 시설을 본보 기자가 찾아 비교해봤다.
○ 놀면서 배우는 에버랜드 안전체험관
“헉, 헉.” 양손을 깍지 끼고 마네킹의 가슴을 수직으로 계속 누르는 건 20대 후반인 기자도 힘에 부쳤다. 제대로 압박할 때마다 마네킹의 흉부에서 노란색 빛이 나는 걸 보며 겨우 힘을 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린이들이 “아저씨, 파이팅”이라며 응원했다. 강의실에 걸린 모니터에서는 동시에 교육을 받고 있는 12명의 성공과 실패 속도 등 각종 기록이 나타났다. 먼저 목표를 달성한 어린이부터 차례로 1∼12 숫자가 매겨졌다. ‘놀면서 배우는 심폐소생술(CPR)’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내장한 마네킹으로 제대로 CPR를 하는지 알면서, 친구들과 경쟁하는 재미를 담았다.
지진 체험은 모두를 긴장하게 했다. 처음 규모 3의 지진이 나자 가스밸브를 잠그고, 문을 활짝 연 뒤 머리를 방석 등으로 보호한 채 식탁이나 책상 밑으로 들어갔다. 어린이들은 침착하게 강사가 지도한 내용을 따랐다. 김홍진 군(10)은 “말로만 듣던 지진을 겪으니 정말 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체험관을 기획한 유양곤 삼성물산 리조트사업부 콘텐츠그룹장은 “어린이 등 연간 850만 명이 찾는 에버랜드에 안전체험 시설의 필요성을 느꼈다. 놀이와 교육의 성격을 모두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레니의 안전체험관은 500m² 크기의 공간에 지진과 탈출시뮬레이션 화재 CPR 등 4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전 과정을 거치면 학교에서 인정하는 1시간 안전교육 수료증을 준다.
○ 승강기 고장부터 건물 붕괴까지 다양한 체험
인천 부평구 안전체험관은 지난해 4만5000명이 다녀갔다. 사회재난(교통 화재 지하공간), 자연재난(선박 지진 승강기)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건물이 무너진 현장에서 쇠망치를 두들겨 생존 신호를 보내거나, 비상시 지하철 문을 여는 연습 등을 할 수 있게 생활 밀착형으로 꾸몄다. 10억 원 예산으로 알차게 구성한 사례를 배우기 위해 국내외에서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광나루안전체험관은 올 3월 선박안전 체험을 시작했다. 암초에 부딪힌 배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정으로 탈출하는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베테랑 소방관의 현장 경험이 담긴 화재 풍수해 등 강의, 실습을 따라 할 수 있다. 26일 9세 6세 남매 자녀와 화재 대피 등 전 과정을 체험한 정지영 씨(37·여)는 “안전체험은 엄마와 함께하는 체험학습으로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방문객 18만5000여 명 중 성인 비율이 처음 30%를 넘을 정도로 ‘시민안전체험장’이 됐다.
평소에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어린이날에는 소화기, CPR, 화재대피도 그리기 등을 실습할 수 있는 야외체험마당을 오후 2시부터 누구에게나 개방한다. 이희순 관장은 “안전교육은 이론보다 체험이 중요하다. 올해 어린이날에는 자녀에게 안전을 선물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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