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이웃 없는 현재의 교회음악에 과연 하나님이 반응하실까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형교회 떠나 소외된 약자 돕는 CCM 뮤지션 이승호 목사

경향신문

지난 23일 이승호 목사가 서울 서초동 연습실에서 대형교회를 떠나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곳을 찾게 된 계기 등을 말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승호 목사(42)는 소위 ‘잘나가는’ CCM(Christian Contemporary Music·대중음악의 형식을 취한 기독교 음악) 뮤지션이었다.

최근 15년간 발매된 CCM 앨범 중 그가 참여하지 않은 앨범이 드물 만큼 뛰어난 작·편곡자였고 찬양팀 ‘브라운 워십’을 창단해 교회음악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버클리음대에서 재즈피아노를 전공한 그가 선보여 온 세련되고 감성적인 무대, 뚜렷한 음악적 이력은 CCM 뮤지션을 꿈꾸던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대형교회의 화려하고 빛나던 무대가 그가 서 있던 곳이었다. 경기 분당 만나교회에서 음악목사로 활동하던 3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해고노동자, 기지촌 여성, 비행청소년 등 세상에서 소외된 약자들의 곁이 이 목사와 브라운 워십이 서는 무대다. 대형교회를 떠난 그는 매 주일 ‘내일을 여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형태의 예배도 진행한다. 기존 교회에서 하는 예배의 형식이 아니라 이웃들과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소박한 자리다.

주류 CCM 뮤지션의 길을 걷던 그의 삶에 변화가 닥친 것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모습을 발견하고서다. “우연한 기회에 기지촌 여성 자활운동을 하는 모임에 초청을 받았어요. 그런데 하나님을 높이고 내 삶의 평안과 위로를 얻던, 그동안 불렀던 노래들을 부를 수 없었어요. 삶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그들에게 기존 교회음악의 가사들은 조롱이 되더군요. 이 땅에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하고 손 내밀어 주는 기독교 음악이 없다는 것이 충격이었어요. 그리고 주일날 교회로 돌아오면 그곳은 너무나 다른 계층이 모여 있는 다른 공간이었지요.”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사회와 교회의 거리였다. 시간이 갈수록 괴리감이 커져갔다. 폭발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 기독교 집회에서 그가 선곡한 곡은 동요 ‘섬집아기’였다.

“대형교회들이 어떠했나요.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식의 메시지로 일관했죠. 거기에 교인들은 ‘아멘’하고 답해요. 말도 안되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게 가능한 것은 예배라는 형식에서 집단적 심리 상태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고 그걸 돕는 것이 교회음악이지요. 견딜 수 없이 괴롭고 죄책감이 밀려왔던 것은 그런 일련의 과정에 제 음악이 사용됐다는 것, 그리고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든 주역으로 살아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교회에서 사임했고 주류 무대에서의 활동도 접었다. 50명까지 늘어났던 브라운 워십 멤버는 절반으로 줄었지만 새롭게 출발하기로 했다.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예수정신을 음악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고민스러웠던 적도 있지만 후회한 적은 없다.

현재 서울장신대 대학원에서 예배찬양사역을 가르치며 교회음악 감독을 양성하고 있는 이 목사가 강단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음악적 기술이 아니다. 이해와 공감이다.

“CCM에서 ‘컨템포러리’는 현대적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제 생각에 이 단어는 우리 주변의 사건과 고통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예수의 정신을 담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그게 기독교 문화의 출발점이어야 하고요. 이웃 없이 자기만족적인 현재의 교회음악에 과연 하나님은 반응하실까요.”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