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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환자를 돈으로 본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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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병원 수익 줄어든다고…달빛어린이병원 운영 방해

의사단체가 주간 환자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늦은 밤 아픈 아이를 진료하는 의사들을 상대로 노골적으로 압력을 행사하다 당국에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의사들의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참여를 방해한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소청과의사회)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소아 환자를 상대로 평일 오후 11~12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병원이다. 2014년 8월부터 보건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2015년 2월부터 달빛어린이병원 사업 확대를 막기 위해 회원 의사들에게 사업 취소를 요구하고 징계 방침을 통지하는가 하면, 인터넷에 비방글을 올렸다. 2015년 3월 충남 ㄱ병원은 압력을 받고 사업을 취소했고, 부산 ㄴ병원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사업을 취소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사업에 참여한 병원 의사들의 이름과 사진, 경력 등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온라인 커뮤니티 ‘페드넷’에 공개하고 비방글을 쓰거나 불이익을 통보했다. 서울 ㄷ병원, 경북 ㄹ병원 의사들은 개인정보가 공개되자 심리적인 부담을 느껴 병원을 퇴사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4~2016년 달빛어린이병원 사업을 취소한 7개 병원 중 5곳이 소청과의사회의 영향으로 사업을 그만뒀다.

소청과의사회는 1990년 설립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단체로 약 3600명의 전문의가 가입돼 있다. 이 단체는 “달빛어린이병원은 아동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운영돼 동네병원을 무너뜨리는 등 1차 의료체계를 왜곡시킨다”고 주장해왔다. 야간·휴일에 아동·청소년 환자들이 병원을 가면 그만큼 평일 낮 환자가 줄어 자신들의 영업권이 침해받고 수익이 줄어 병원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달빛어린이병원으로 기존 일반병원의 수익이 악화됐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진영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밤에 갑자기 아픈 아이를 위해 달빛어린이병원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며 “참여 의사가 있으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므로 소아진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소청과의사회는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조형국·홍진수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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