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미쓰비시전기의 반도체 부문과 NEC일렉트로닉스가 통합해 출범한 르네사스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경영 위기에 봉착하자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산업혁신기구는 출자 이후 5000명에 달하는 감원 등 뼈를 깎는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덕분에 르네사스는 불과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며 V자 재건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반도체 기업인 인터실을 32억달러에 인수해 차량과 배터리 전압 등 산업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7일 산업혁신기구가 르네사스 지분 약 20%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분 매각대금은 무려 3500억엔. 지분 20% 매각만으로 출자액의 2.5배에 가까운 돈을 회수하게 되는 셈이다. 산업혁신기구는 주당 120엔에 출자했지만, 현 주가는 1000엔이 넘는다. 구원투수로 개입한 지 불과 4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산업혁신기구는 재건은 끝났다고 보고 경영진이 성장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남은 50% 지분을 계속 매각해 공적자금의 영향력을 줄일 방침이다. 설립 당시 15년 동안 운용하기로 명시한 산업혁신기구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선 만큼 재건이 완료됐다고 판단되면 바로 시장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르네사스는 2009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2012년 말 들어선 아베 신조 2차 정권이 산업경쟁력강화법(일명 원샷법)을 만들어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산업 재편 과정에서 산업혁신기구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자 기계 화학 등 전통 산업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신사업 벤처도 적극 추진하며 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혁신기구 출자금 중 95%가 정부 돈인데도 회장·사장을 글로벌 자동차·금융회사 출신에게 맡기는 등 전문성을 최대한 살린 덕분이다.
산업혁신기구는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 중인 도시바 반도체 매각 작업에서 본격적인 개입에 들어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산업혁신기구는 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KKR 등과 미·일 연합 펀드를 구성해 다음달 2차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해 해외 매각을 꺼리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자금 투입에 난색을 보이는 재계의 처지를 감안해 산업혁신기구가 또다시 구원투수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일 연합은 1조8000억엔 규모의 입찰액을 적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산업혁신기구의 이번 르네사스 지분 매각이 도시바 입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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