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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보수논객 앤 쿨터, '버클리와 자유연설' 논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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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쿨터, UC버클리 연설 강행하려다 취소

"우파 무조건 막는게 능사 아냐" 우려도 제기

뉴스1

정치 평론가, 변호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보수주의자 앤 쿨터.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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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윤경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에서 연설을 강행하려던 친(親) 트럼프 보수 논객 앤 쿨터가 결국 포기했다.

역사적으로도 진보 성향이 강하기로 잘 알려진 U.C. 버클리 학생들의 강한 반대, 그리고 지난 2월 이미 보수 논객 연설시 불거진 폭력 사태가 재발되지 않길 바라는 학교측 우려가 반영됐다.

앤 쿨터는 당초 27일(현지시간) 학교에서 보수 단체인 청년미국재단(Young America's Foundation: YAF)이 주최한 연설에 나설 예정이었고, 반대 주장이 강하게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려 했었지만 26일 이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연설을 못하게 된 매우 슬픈 날"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쿨터의 이 말은 U.C.버클리를 대표하는 '자유발언운동'(Free Speech Movement)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지난 1964년 U.C.버클리 학생이었던 마리오 새비오 등이 이 조직을 만들었고 1960년대 이 학교와 캠퍼스는 자유연설, 학생운동의 상징이었다. 1969년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였던 로널드 레이건이 주 방위군(National Guard)까지 동원해 이 학교에서 벌어졌던 반전운동에 맞섰던 건 잘 알려져 있는 일화.

NYT는 이런 맥락을 볼 때 U.C.버클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함께 다시 상징적인 곳이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봤다.

지난 2월에는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의 밀로 이아나풀로스(Milo Yiannopoulos) 당시 편집장도 강연을 하려다 이에 대한 찬반이 폭력 사태로 번지면서 학교측은 약 10만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대학에서의 폭력 사태를 방관할 수 없다"며 정부 지원을 끊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트위터에 퍼붓기도 했었다.

일부에선 '안전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자유연설의 상징인 캠퍼스가 반대되는 시각을 갖고 있는 이의 연설을 막기만 하는 곳으로 비춰져선 안 된다는 걱정어린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대학 관계자들은 "쿨터의 방문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날짜를 다시 잡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고 니콜라스 더크스 U.C.버클리 총장은 26일 서한을 통해 "대학에서는 자유로운 연설이 가능하나 그건 안전할 때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곳은 대학이지 전쟁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크스 총장은 NYT 오피니언면에 실은 글을 통해 "대학이 보수 진보 양 진영으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버몬트) 같은 경우는 "쿨터는 분명히 위험하고 과격하다"면서 "왜 쿨터의 연설을 굳이 못 하게 하려하느냐. 뭐가 두려운가, 쿨터의 생각?"이라고 말하며 강연 취소 주장을 반대했고,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도 "(쿨터를)좋아하지 않는다면 안 오면 된다"고 언급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이 학교 정책대학원 교수 로버트 라이시 역시 반(反)트럼프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불행하게도 버클리나 다른 대학들은 우파가 전진해선 안 된다는 서사(narrative)를 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쿨터는 워낙 큰 논란을 잘 일으키고 독설의 수위가 매우 높은 강경 보수 논객이다. '선동가'(firebrand)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 자신과 견해가 조금이라도 다르면 무조건 달려들어 '물어뜯는' 식의 주장을 해 왔다.

12권의 저서 가운데 쿨터의 11번째 책인 '아디오스, 아메리카'(Adios, America: The Left's Plan to Turn Our Country Into a Third World Hellhole)의 경우 2015년에 출간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행하고 있는 극단적 반이민 정책의 근간이라고 여겨질 정도다.
s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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