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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佛 대통령 유력 마크롱, 고향서 야유받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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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앵서 르펜과 조우…노동자들은 마크롱에 등돌려

친기업적 성향…노동자 지지 확보 어려울듯

뉴스1

프랑스 신생 중도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26일(현지시간) 아미앵 월풀 공장에서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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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프랑스 신생 중도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는 다음 달 대선 결선 승리가 유력시된다. 좌우를 막론한 주요 정계 인사들이 '극우 대통령'을 막기 위해 한목소리로 지지를 선언하며 마크롱 후보의 뒤를 밀어주고 있기 때문.

그러나 마크롱 후보에게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노동자들의 냉담한 반응이다. 그는 대선 1차 투표에서 24.01% 득표율로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21.3%)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지만, 그의 경제적 자유주의 정책에 반발하는 노동계층은 그에게로 마음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친(親)기업 성향의 마크롱 후보는 기업 경쟁력 및 유연성 제고를 중시하며 이번 대선에서 법인세율을 33%에서 25%로 낮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주 35시간 근로시간을 유지하되 추가근무를 묵인했으며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우호적이다.

이는 모든 무역협정을 철회하겠다는 르펜 후보의 극단적인 정책이나, 자국민과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이민자 유입을 막기 위해 솅겐조약·유로존 탈퇴는 물론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 탈퇴) 국민투표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과 상반된다.

대선 1차 투표에서 19%의 득표율을 얻고 패배한 극좌 장 뤽 멜랑숑 후보가 마크롱 지지를 두고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마크롱 후보의 취약점은 26일(현지시간) 고향 북부 피카르디주 아미앵의 월풀 공장에서 우연히 르펜 후보와 마주쳤을 때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아미앵은 프랑스판 '러스트벨트'로 제조업 사양화로 경기가 쇠퇴하고 고용 안정성이 악화되고 있는 지역.

아미앵에서는 올해 1월 월풀이 공장을 폐쇄하고 폴란드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동자들이 사측과 해직 문제 협상을 요구하며 지난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월풀 공장이 이전될 경우 280여명의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후보는 이날 월풀 노조 대표단과 만나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유럽연합(EU) 내 프랑스 지위를 지키면서 경제발전을 이루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르펜 후보는 예고없이 월풀 공장을 방문해 파업중인 노동자들과 만나며 "마크롱 후보가 노동자의 편을 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이것이 더 주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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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의 방문에 앞서 아미앵 월풀공장을 찾은 극우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파업중인 노동자들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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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후보는 다급히 공장을 방문했지만 노동자들은 타이어를 태우며 그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일부 군중들은 "마린 후보를 대통령으로"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마크롱 후보는 "프랑스 내에 존재하는 분노와 동요를 안다"며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왔다"고 호소했으나 노동자들은 "마크롱이 기업의 편에 서있다는 건 모두가 안다"는 르펜 후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아미앵은 지난 1차 투표에서도 르펜 후보의 손을 들어준 북동부 지역 중 한 곳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시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30.4%로 마크롱 후보(21.7%)보다 월등히 높았다. 마크롱 후보가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대선 결선투표 전까지 이 문제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르펜 후보는 프랑스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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