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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3개국에서 온 3명의 `리` 홍콩식 식사로 친구 맺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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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MyGuesthouse-3]
-국제도시 홍콩의 '친구 지수' 높은 호스텔
-홍콩 완짜이 Check Inn HK


◆비장함이 느껴지는 헤네시로드

여행자 친구를 사귀는 것도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런 목적이라면 홍콩에선 체크인HK(Check Inn HK) 호스텔도 방문할 만하다.

체크인HK는 홍콩섬 MTR(Mass Transit Railway·홍콩 지하철) 완짜이(灣仔)역 인근 헤네시로드(Hennessy Road)에 있다. 숙소가 들어선 낡은 맨션은 홍콩의 여느 건물처럼 1층 현관이 철문으로 닫혀 있고 경비원이 엘리베이터 앞을 지키고 서 있다. 1980~1990년대 홍콩 액션영화를 많이 봤다면 비장함을 느낄 만한 공간이다. 붉은 한문 글귀가 매달린 숙소 바깥쪽 복도는 허름하지만 실내는 의외로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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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HK 호스텔 앞쪽의 허름한 복도. 붉은 중국식 글귀 장식이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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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롼콰이펑의 금요일밤

거실 겸 커뮤니티룸에는 7명의 숙박객이 모여 있었는데, 국제도시 홍콩답게 국적이 다양했다. 독일 출신 청년이 알게 모르게 리더 역할을 했고, 그의 옆에 미녀인 홍콩 여자친구가 붙어 다녔다. 성격이 드센 호주 여성과 남미에서 온 몸 좋은 흑인 남자, 동양계 미국 여성도 있었다.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찍으며 놀던 중 클럽에 가자는 제안이 나왔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클럽이 집결돼 있는 롼콰이펑. 홍대·이태원보다 백인이 많고 더 흥겨운 느낌이었다. 사실 숙소 체크인하기 직전 롼콰이펑 거리를 혼자 둘러봤는데, 확실히 여럿이 다니니 신이 났다.

마침 금요일 밤이었다. 클럽과 바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이 거리를 휘감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춤을 춰댔다. 세븐일레븐에서 산 맥주를 길바닥에서 마시다 입장이 무료인 클럽으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밤이 그렇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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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밤 란콰이펑에서의 게스트하우스 동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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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명의 '리'와 홍콩식 아침식사

다음날 아침엔 아시아계 프랑스인 샤를 리를 알게 됐다. 중국계로 보이지만 태국 인도 등 5개가량 나라의 피가 섞인 다국적 혼혈인이었다. 샤워실에서 목례만 주고받았던 그를 외출하는 길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마주쳤다. 리는 친구들을 만나러 휴가를 내고 홍콩에 왔다고 했다.

처음에 나는 리의 홍콩 친구에게 식당 추천만 받을 생각이었다. 딤섬 같은 간단한 음식과 차를 함께 마시는 식사를 '인차(飮茶)'라고 하는데, 인차 맛집을 추천받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홍콩 친구와 만나 셋이 아침식사를 하면서 그냥 하루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별다른 계획도 없었다. 프랑스에서 온 리, 홍콩의 리, 그리고 한국에서 온 리(본인) 이 세 남자는 토스트와 밀크티로 홍콩식 아침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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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HK 호스텔이 있는 완차이역 인근 시장 모습.


◆ 젠사쥐의 충칭맨션

페리를 타고 홍콩섬 북쪽의 주룽반도(九龍半島)로 들어가서는 베이징에서 온 유루와 합류했다. 영화 '첨밀밀(甛蜜蜜 , 1996)'의 장만위(張曼玉)를 닮은 유루는 이곳 금융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었다.

점심은 젠사쥐(尖沙咀)의 타이완 음식점에서 먹었다. 국수와 간장 양념한 고기요리가 나오기까진 대기시간이 길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남들처럼 식당 천장에 '소원쪽지'를 적어 달기로 했다. 자기 쪽지를 애써 숨기는 유루에게 "중국어를 못 읽는다"며 구슬려 쪽지를 건네받았다. "나는 남자친구를 만들고 말거야?" 쪽지를 읽어 내려가는 나를 보며 유루는 깜짝 놀랐다. "중국어는 몰라도 한자는 대충 알거든." 애써 웃음을 참았다.

식사 후엔 중국계 프랑스인 리 퉁과 합류해 충칭맨션으로 향했다. 영화 '중경삼림(Chungking Express, 1994)'의 배경이 된, '우범지대'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이었다. 1층 상가로 들어서자마자 인도 사람들이 내게 명함을 내밀며 몰려들었다. "예전에 여기서 상하이에서 온 여학생이 살해당했대." 유루는 무섭다며 빨리 나가자고 졸랐다. 충칭맨션 상층부에도 게스트하우스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묵는 것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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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킹맨션 저층부 상가. 영화 중경삼림의 영어 타이틀이 "청킹 익스프레스"일 만큼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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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들의 손도장이 바닥을 장식하고 있는 '스타의 거리'에선 프랑스 리가 신나 했다. 중간중간 한두 명씩 합류하다보니 샤부샤부집에서 저녁을 먹을 땐 일행은 여덟 명으로 늘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홍콩섬으로 돌아와 숙소 근처 펍에서 맥주 한 잔씩을 더 했다. 영국 식민지였던 터라 그런지 펍에는 미식축구와 유럽 축구리그 일정이 붙어 있었다.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답게 금융업계 종사자가 많았다. 홍콩 정치 얘기를 하던 중 한 친구가 내게 물었다. 홍콩을 독립국가로 생각하느냐, 아니면 중국 일부로 생각하느냐. 홍콩 대학생들의 정치 시위가 벌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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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딤섬 얌차이. 홍콩의 얌차이 식당은 주말 점심시간이면 가족단위 손님들로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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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귀기 좋은 숙소

돌이켜보면 게스트하우스에서 맺은 인연으로 좋은 경험을 했다. 마천루 아래에서 홍콩 사람들과 홍콩 영화에 대해 얘기하고, 맥주를 마시며 중국과의 외교문제까지 얘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꼭 체크인HK 숙소 덕이라곤 할 수 없지만 분명 친구를 만들기 좋은 호스텔 분위기란 게 있게 마련이다. '친구지수'가 높은 숙소를 찾기 위해 숙박예약사이트 리뷰를 열심히 뒤지는 사람들도 있다.

체크인HK는 '친구지수' 외 다른 부문도 크게 나쁘진 않다. MRT 완짜이역뿐 아니라 트램과 버스 이용도 편리하다. 외관이 낡았지만 내부는 깔끔한 편이다. 숙박비도 8인실 도미토리가 주말을 낀 2박이 7만원으로 비싸지는 않다.

[이윤식 부동산부 기자]

숙소 주소: 273 Hennessy Rd, Wan Chai,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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