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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남아공 주마 대통령 반대 인사들에 살해 협박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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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마 대통령 "오히려 정적들이 나를 독살하려 해" 주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2009년 집권 이래 각종 비선실세 의혹과 공금 남용 등 부패 스캔들로 하야 압박을 받는 제이컵 주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여·야당 가릴 것 없이 주마 대통령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인사들은 줄줄이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

예컨대 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인 시릴 라마포사 부통령과 린디웨 시술루 주택장관은 정보요원 커뮤니티에 돌아다니는 살해명단에 자신들의 이름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라마포사 부통령과 시술루 장관은 최근 주마 대통령 사임운동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이 때문에 주마 대통령 추종자들의 타깃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마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다른 정당 의원들도 자신과 가족을 겨냥한 살해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

주마 대통령의 내각 개편이 국가 경제에 해를 끼친다며 비판한 남아공 공산당 대표는 한 행사에서 자신에게 총을 겨눈 남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또 주마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한 야당 인사인 뭄시 마이마네 민주동맹(DA) 대표는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살해 협박을 당한 뒤로 방탄조끼를 입고 정치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주마 대통령의 집권에 대한 항의로 최근 ANC와 결별을 시사한 한 노동조합 대표 집 정원에선 목이 잘린 고양이 시신이 발견됐다.

정작 주마 대통령은 밖에선 외국 정부들이 통제권을 장악하려고 자객들을 보내고, 안에선 정적들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가운데 주마 대통령을 반대하는 인사들에 대한 살해 위협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주마 대통령이 정부 조직도 안에 대통령의 정적으로 보이는 인물을 처리하는 독자적인 정보 조직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마 대통령이 설치한 이 조직 구성원들은 경험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을 나타내는 인물로 구성됐다.

주마 대통령 측 대변인은 이런 의혹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과거 ANC에서 정보 담당관을 역임한 시술루 장관은 이런 살해 협박을 하는 세력은 당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러면서 "ANC는 내부 세력의 보호가 필요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0대 때 흑인 인권운동에 투신한 운동가 출신인 주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무기 거래와 관련된 부패 혐의 및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되는 데 이어 공직 인사를 인도계 재벌가인 굽타 일가와 상의해 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남아공 전역에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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