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와 민간연구기관 원자력안전연구소는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능이 누출돼 ‘적색경보’가 발령됐을 때의 상황을 가정한 ‘원자력시설 사고 주민대피 예비평가’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같은 상황에서 대전은 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반경 15㎞를 대피범위로 설정하게 된다. 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대전 전체 지역이 비상계획 구역에 포함되는 셈이다.
이때 사고발생 후 30분이 지났을 무렵에 사고사실을 외부에 알렸다고 가정, 시민들의 대피시간을 예측했을 때는 원자력연구원과 인접한 유성구 관평동·구즉동·신성동 등지의 주민 20여만명이 대피하는 데 5.5시간, 시민 90%가 대피하는 데는 21시간, 대전 인구 153만여명이 모두 대피하는 데는 32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비상상황에서 대피시간이 길어지는 데는 지역 내 교통체증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대전은 1만4533개의 연결도로를 확보해 타 지역에 있는 원자력연구원보다 이동경로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주로 통행하는 차량 59만여대가 일시에 도로로 나올 경우에는 산발적으로 뻗어난 도로 역시 제 기능을 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대로보다 좁은 차로가 많고 도로 구조까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동구지역과 인구가 밀집한 데다 고속도로가 인접해 비상시 단시간에 차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구 대둔산로도 대피경로 중에선 난코스로 꼽혔다.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시와 원자력안전연구소는 지역 내 대피경로와 최적의 대피경로 선정, 주기적인 대피훈련, 최적의 구난 시스템 구축 등의 대응방안이 선제적으로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기관과 정부가 원자력시설 사고 주민대피 예비평가를 토대로 장기적 관점에서의 도시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을 어필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대전이 시내권과 외부를 연결하는 대피경로가 타 지역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좁은 면적 대비 인구가 밀집한 탓에 정작 대피시간은 길어지기 쉽다는 것이 조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며 “행정기관과 정부가 원전사고를 포함한 대형사고에 대비해 지역 시민들의 대피경로와 대피형태를 파악하고 이를 도시기본계획에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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