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뛰어들어 차량 파손·부상자도…"승마 저변 확대 부작용"
도로 달리는 말 |
(전국종합=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한 시민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이러한 제목이 달린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에는 경기도 시흥시 방산동의 한 2차로 도로 1차로를 몸무게가 300㎏은 족히 나가 보이는 갈색 말 한 마리가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이 담겼다.
말은 도로를 10㎞가량 달리다가 경찰과 소방당국의 도움을 받은 마주에게 신고 1시간여 만에 인근 소래산 입구에서 포획됐다.
이 과정에서 말이 놀라 날뛰면서 벤츠와 아우디 등 차량 5대의 차체 일부가 파손됐다.
마주는 과천에서부터 이 말을 싣고 이동하다가 시흥의 한 공터에 내려놓고 돌보던 중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달 8일에는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310번 지방도로를 말 한 마리가 15분여 배회하기도 했다.
이 말은 직선거리로 1㎞가량 떨어진 경기도 축산진흥센터에서 관리하던 말로 축사를 탈출해 도로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1일 전라남도 장성군 진원면에서도 인근 승마장에서 사육하는 경주마 두 마리가 승마장을 탈출, 200여m 떨어진 밤나무밭에서 발견됐다.
말들은 1.5m 높이 울타리를 넘었거나 운동을 위해 열린 울타리 사이로 승마장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려 밤나무밭까지 이동했다.
도로로 진입한 말 한 마리 |
이처럼 승마장 등에서 탈출한 말이 도로에 뛰어드는 소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는 차량을 파손하거나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관계자는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말 산업에 뛰어드는 등 승마 저변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일종의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전국의 승마장 수는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마사회 자료에 따르면 전국 승마장 수는 2014년 299곳, 2015년 308곳, 지난해에는 322곳으로 집계됐다.
말 사육두수는 2014년 2만5천819마리에서 2015년 2만6천330마리, 지난해 2만7천676마리로 3년 새 1천800여 마리가 늘었다.
말을 많이 사육하는 제주도에서는 말과 차량이 부딪히는 교통사고가 꾸준히 발생, 부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19일 제주도 한림오일장 인근 도로에서는 말과 김모(20)씨 부부가 탄 승용차가 충돌해 부부와 딸 등 3명이 다쳤다.
승마 저변 확대에 편승한 미신고 승마장은 이러한 말 탈출 소동 및 사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승마장은 말산업 육성법에 의한 농어촌형 승마시설과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체육시설로 나뉜다.
말산업 육성법에 의해 최근 늘고 있는 농어촌형 승마시설은 면적과 말 두수, 울타리를 비롯한 시설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내용의 신고제로운영된다.
국도 활보하다가 발견된 '탈출' 경주마 |
그러나 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신고된 승마장이 2곳인데도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미신고 승마장까지 포함한 6곳을 관내 승마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신고 승마장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미신고 승마장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 이에 대한 단속 등 지자체의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한 지자체 관계자는 "미신고 승마장은 시설 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신고 승마장보다는 아무래도 크다"며 "말 탈출 사고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미연에 방지해야 올바른 말산업 육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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