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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돋보인 `토론왕` 유승민 지지율은 왜 안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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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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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명의 뉴스메이커-9] "대한민국에서 논리로 유승민을 상대할 사람은 유시민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대선의 볼거리 중 하나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이는 강한 공격력을 꼽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물론 보수층 지지자들 얘기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들은 아주 성가셔 죽겠다는 표정들이다. 지난 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한 TV토론에서도 공공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문 후보는 화난 표정으로 "더 자세한 건 우리 캠프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맞겠다"고 말을 잘랐다. 보수층은 문재인의 '오만'을 비판했고, 문재인 지지층은 "정책본부장 수준에서 말하는 유승민이 문제"라고 열을 냈다. 유승민의 공격력이 엄청나다는 데 대해서는 이론이 없다.

유 후보 토론을 지켜보면 아주 탄탄하게 짜여진 개념과 논리를 정확한 언어로 표현해 내는 능력이 두드러진다. 말이 상당히 빠른데도 불구하고 헝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무엇보다 핵심을 잘 짚어낸다. 경제학도 출신답게 수치에도 밝다. 그의 언변을 글에 비유하자면 화려한 수사의 문학작품이 아니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보고서나 논설문에 가깝다. 이게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현안에 대해 넓고 깊은 공부가 돼 있어야 하고 사고 패턴이 조직적이어야 한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수재형' 토론이다.

유승민은 전형적인 수재다. 경북고 재학 시절 대입 예비고사에서 전국 차석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는 경제학 박사인데 경제학은 사회과학 중 거의 유일하게 '법칙'을 따지는 학문이다. 경제학 공부가 지금 유 후보의 논리력을 형성하는 데 기초 자양분이 됐을 법하다. 유승민은 말과 더불어 글도 되는 인물이다. 말과 글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다. 보통 말이 되면 글이 안 되고, 글이 되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느 수준까지는 비슷하게 잘할 수 있지만 동시에 탁월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으로 연설문을 썼다. 지금도 본인의 연설문을 직접 쓴다고 한다. 연설문 역시 그의 말만큼이나 감성적 수식보다는 논리에 방점을 두고 있다.

유승민과 곧잘 비교되는 인물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유시민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논객이다. 그 또한 말로 누구에게 밀리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토론에 능하고 인세 수입만으로 생활이 될 만큼 글을 잘 쓴다. '보수의 유승민, 진보의 유시민'이라고나 할까. 둘은 말과 글이 된다는 것 외에도 비슷한 점이 몇 개 더 있다. 일단 이름이 비슷하다. 앞서 TV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유승민을 '유시민 후보님'이라 불러 "저 유승민입니다"는 '항변(?)'을 들어야 했다. 한자는 유승민이 '劉', 유시민이 '柳'로 다르다. 게다가 둘은 같은 대구 출신이며 대구 대륜중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이다. 유승민이 2년 선배다. 국회 진출은 2003년 보궐선거로 등원한 유시민이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당선된 유승민보다 1년 빠르다. 유승민의 정계 입문 전까지 둘은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다고 한다. 두 논객이 처음 맞붙은 것은 2004년 MBC '100분 토론'에서였다. 경제 주제 토론이었는데 굉장히 수준 높은 공방이 오갔다고 한다. 이후 유시민은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 유승민을 보수 진영 최고의 토론 고수로 칭찬한 바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모든 대선토론에서 유승민은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지지율은 3~4%대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도 밀릴 때가 많다. 왜 그럴까. 한 선거 전문가는 "시청자들은 객관적인 토론 능력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말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며 "TV토론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지만 지지 후보 변화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가 결국 세력 싸움이라 했을 때 자유한국당에서 분화돼 나온 바른정당의 미약한 당세를 개인기로 극복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적 토론 문화에서 말을 잘한다는 것이 꼭 플러스 요인이 되리란 보장은 없다. 지지층은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몰아붙이는 유승민의 전투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반면 정치색과 상관없이 거북하게 여기는 사람도 꽤나 있는 듯하다. 대체로 본인 생각을 알리기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주목적인 것 같다는 비판이 많다. 대선토론을 줄곧 지켜봐 온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승민이 다른 후보에 비해 유독 네거티브에 치중했다거나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유승민의 까칠한 화법이 보는 이에 따라선 차갑게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선거는 사람의 마음을 사는 일이다. 세상에는 토론에서 이기는 말과 마음을 사는 말이 따로따로 존재한다. 그게 '토론왕' 유승민의 딜레마일 수 있겠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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