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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특파원+] 트럼프·헤일리의 대북 강경 대응… 어리둥절한 펜타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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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 고조 속 트럼프 팀과 미군 수뇌부 '불통' 사태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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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와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호(SSGN 727) 등 미군의 전략 무기를 속속 한반도에 투입하고 있다. 북한의 박영식 인민무력상은 24일 북한군 창건 경축행사에서 “우리에게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전쟁 방식에도 기꺼이 상대해 줄 무적의 힘이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강 대 강’ 대결로 치달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외교·안보 분야 최고 책임자와 미군 수뇌부 간에 심각한 소통 부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 ‘데일리 비스트’(Daily Beast)는 25일(현지시간) “트럼프 팀의 대북 강경 발언에 펜타곤(미 국방부)이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외교·안보 분야 고위급 인사들이 미군 수뇌부와 사전 협의 없이 대북 선제 타격 등 군사적인 옵션을 꺼내들어 미군 책임자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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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레드 라인’ (금지선) 논란

미군 당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면서 ‘레드 라인’(금지선)을 정하지 않는 게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되는 금지선을 그어 놓아도 북한이 이를 무시하고, 그 선을 넘으면 미국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금지선이 없는 게 아니다. 미국 역대 정부의 외교·안보팀은 내부적으로 이 금지선을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대북 전략을 수립해왔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금지선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발설한 장본인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의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그 당시에 당선자 신분이었던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국 워싱턴 DC의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레드 라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1월 20일 공식 출범한 뒤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동원해 명백한 금지선 제시가 몰고 올 ‘자충수’ 파장을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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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유엔 대사의 대북 선전포고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얼굴’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국제 사회에 전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헤일리 대사가 24일 또다시 북한을 겨냥한 레드 라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헤일리 대사는 NBC 뉴스와 회견에서 대북 선제 타격 여부를 묻는 질문에 “만약 그(김정은)가 미군 기지를 공격하고, ICBM과 같은 것을 분명히 보유한다면 우리가 그렇게(선제 타격)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 비스트는 “헤일리 대사의 발언은 레드 라인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헤일리의 대북 강경 발언에 가세했다. 트럼프도 이날 유엔 안보리 대사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북한에 관한 현상유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도 23일 금지선 논란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켈리 장관은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시작되기 전에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미국에 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그 나라(북한)는 중대한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헤일리 대사, 켈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핵탄두 장착 ICBM 개발이 트럼프 정부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금지선’이라는 뜻이다.

세계일보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5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ICBM. 북한 매체들이 공개한 열병식 사진들은 북한 미사일 전력 평가에 좋은 참고자료가 됐다. 노동신문


◆어리둥절한 펜타곤과 미 의회

북한은 트럼프 정부 최고위 책임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북한은 미 해군 항모 칼빈슨호를 수장하겠다고 엄포하고, 미국인 김동석씨를 세 번째 인질로 붙잡았다. 북한은 또한 6차 핵실험과 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등의 추가 도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데일리 비스트는 “미 의회의 의원들과 미 국방부의 당국자들은 백악관의 대북 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좌절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다수의 국방부 당국자들은 미군이 북한의 어떤 행동에 군사적으로 대응할지 헤일리 대사가 세계에 알릴 것으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국 (외교·안보) 관계 부처 간 일일 협의 채널에서도 헤일리 대사가 말한 내용이 전혀 거론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정부 부처 내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고, (부처 간) 조율 부재 문제로 인해 칼빈슨호 전단의 역주행이라는 코미디 같은 메시지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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