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中 사드보복’ 극복 나서
롯데가 백화점 안내문을 중국어에서 영어로 변경하는 등 중국의 무차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도우미들이 영어, 일본어 안내문을 등에 메고 홍보를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25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3층 여성복 매장에는 외국인들에 한해 10% 할인을 해준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지난달만 해도 웬만한 안내문은 모두 중국어로만 쓰여 있었다. 이 때문에 ‘여기가 중국 백화점이냐, 내국인은 무시하냐’란 비판 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백화점은 주요 안내문에 중국어 대신 영어로 ‘Welcome(환영합니다)’이라고 표지판을 바꿨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중국인 위주의 관광객 유치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는 노동절 연휴 프로모션 전략도 바꿨다”고 말했다.
중국의 무차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조용히 관망세를 취했던 롯데가 대응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중국 대응 전략을 세우는 한편 계열사들은 매출 회복을 위한 해외 관광객 유치 방안을 마련하느라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근 경영혁신실 차원에서 사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중국 롯데본부와 긴밀히 연락하며 계열사별 피해 현황을 종합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TF이다. 중국 점포의 90%가 문을 닫은 롯데마트, 관광객 급감의 직격탄을 맞은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 직원들도 TF에 합류했다.
TF는 중국 현지 언론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은 민간 기업으로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적극 알리기 위한 홍보 전략을 세우고 현지 홍보대행사 확보에도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들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CNN 등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 점을 널리 강조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노동절 연휴에 동남아와 일본인 관광객 대상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본점 매출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20∼30% 정도 감소했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절은 중국 춘제, 국경절과 더불어 대표적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 기간이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외국인 매출 중 중국인 비중은 88%에 이르렀지만 올해 3월에는 72%로 비중이 15%포인트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인이 확 줄면서 일본인 고객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2.3%에서 올해 3월 11.6%로 늘었다.
이에 롯데백화점은 25일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마케팅과 관광객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명동 상권에서 구매한 영수증을 갖고 온 외국인 관광객에게 롯데백화점 전용 1만 원 선불카드 교환권을 한정으로 증정하기로 했다.
또 5월부터 동남아 고객을 잡기 위한 마케팅을 강화한다. 스타트래블, 콜라, 이지플라이 등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10개 여행사와 제휴를 맺고, 해당 여행사를 이용해 한국에 온 고객에게 선불카드 등을 주기로 했다.
김대수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일본, 동남아, 중동 등 전 세계적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 롯데백화점에서 쇼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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