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5인 180분 첫 ‘원탁 대결’
노무현 관련 내용 두고 감정싸움
문 “유, 지난 정부서 줄푸세 주도”
유 “주도한 그 분은 문캠프에 있다”
심 “밤새 토론” 홍 “난 집에 갈 것”
“왜 말을 버릇없이 하나. 이보세요라니!”(홍준표 후보)
홍 후보는 문 후보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64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을 펴자 문 후보가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두 사람이 격하게 맞붙었다. 사회자인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가 “정책 검증 시간에 질문을 해달라”고 말렸지만, “터무니없이”(문), “이보세요라니”(홍)라며 언쟁은 계속 이어졌다.
가장 닮고 싶은 리더십은 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들에서 후보들의 지향과 강조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똑같이 세종 대왕을 꼽았다. 그러나 이유는 조금 달랐다.
먼저 안 후보는 “세종 대왕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실력만으로 장영실을 등용했다”며 “정책도 미리 의견을 경청하고 검증하는 소통을 닮고 싶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세종대왕이 국민의 의견을 묻고 여론조사를 행한 뒤 획기적이고 공정한 조세 개혁을 이뤄냈다”며 “소통하고 국민과 눈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정약용’을,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정도전’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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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손석희 앵커가 25일 오후 진행한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는 대선후보 TV토론 사상 처음으로 ‘원탁 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종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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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좌석도 맞대결 구도로 정해졌다. 추첨을 통해 자리를 배정했지만 문재인·안철수 후보, 홍준표·유승민 후보가 마주 앉았다. 사회를 맡은 손석희 앵커는 “공교롭게 한때 같은 당이었던 분들이 마주 앉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는 손 앵커와 마주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당내에서 ‘단일화’ 요구를 받고 있는 유 후보가 작심한 듯 문 후보를 겨냥해 경제 질문을 주도했다.
그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다. 유 후보가 문 후보의 ‘81만 개 공공 부문 일자리 공약’ 재원을 문제 삼자 문 후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 후보가 ‘줄푸세’(세금과 정부 규모를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뜻)를 주도했다”고 반격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줄푸세를 한 분은 지금 문 후보 캠프에 있다”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염두에 둔 비판을 했다. 김 교수는 2007년 박 전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주도했다.
팽팽한 대립 속에 문 후보는 결국 “(유 후보는) 우리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는 게 맞겠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책본부장과 토론하라는 건 부하와 얘기하라는 건데 무슨 토론 태도냐”며 역공에 나섰다.
안 후보는 시작부터 “오늘부터 미래를 얘기할 수 있도록 저부터 노력하겠다”며 정책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이날 홍 후보는 ‘기-승-전-강성노조’식 토론 전략을 취했다. 그는 모든 경제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3%도 안 되는 강성 귀족노조의 적폐를 없애야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의 주장에 문 후보는 “참으로 딱한 얘기다”고 했고, 홍 후보의 옆에 앉아 있던 심 후보는 “자리를 좀 바꾸고 싶다”고 반응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정책 토론이 진행되면서 심 후보가 “밤새 토론해도 되느냐”고 묻자 손 앵커는 “편성권은 없지만 밤새 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홍 후보가 “나는 집에 갈 테니 알아서 하라. 피곤해서 못 하겠다”고 하면서 토론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강태화·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
강태화.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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