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건평돈대서 발굴…330년 전 숙종 때 실전배치
제작자·시기 등 표기 확인…명나라 통해 들여온 서양식
강화도 건평돈대에서 발굴된 불랑기의 모포로 1680년 제작됐다는 명문이 남아 있다(위 사진). 건평돈대 보수작업을 하던 중 현장에서 출토된 불랑기의 모포 모습. 문화재청 제공 |
330여년 전 조선 숙종 때 설치한 서양식 화포인 ‘불랑기(佛狼機)’가 인천 강화도의 조선시대 군사시설인 건평돈대에서 발굴됐다.
조선시대 불랑기는 보물 1점을 포함 12점이 알려져 있으나, 이번 불랑기는 기존과 달리 출토지가 분명하고 실전에 배치된 데다 포신에 제작시기와 기관·제작자·감독관 등의 명문까지 있다. 이에 학계는 보물급으로 추정한다.
문화재청은 “강화군과 인천시립박물관이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 건평돈대 발굴조사에서 불랑기의 포신인 모포(母砲) 1문을 확인했다”며 “26일 오후 발굴현장에서 공개한다”고 25일 밝혔다.
건평돈대는 병자호란 이후 왕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강화도 방비를 위해 숙종 때인 1679년 해안 요충지에 쌓은 대표적 군사시설인 돈대(墩臺)의 하나다. 17세기 문헌에는 강화도에 총 54개의 돈대를 쌓았고, 각 돈대에는 불랑기를 배치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불랑기는 16세기에 유럽에서 명나라를 통해 전해진 서양식 화포의 하나로, 포신인 모포와 포탄·화약을 장전하는 자포(子砲)로 구성됐다.
이번에 발견된 불랑기는 모포 1점이다. 포신에는 ‘1680년(숙종 6년) 2월 삼도수군통제사 전동흘 등이 강화돈대에서 사용할 불랑기 115문을 만들어 진상하니 무게는 100근’이라는 내용의 글이 새겨져 있다.
인천시립박물관 관계자는 “현재 알려진 불랑기는 서울시 신청사 부지(조선시대 병기 제조관청인 ‘군기시’ 터)에서 나온 불랑기 자포 1점(보물 제861호·1563년 제작)을 제외하고는 출토지가 거의 분명치 않다”며 “건평돈대 불랑기는 실전 배치된 포이며, 출토지가 확실하고, 제작 시기·기관 등의 명문도 있어 조선시대 무기사, 국방체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보물급 자료”라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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